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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 머물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김활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먼저 작품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 실망해서 그런지 작가 카타야마 쿄이치가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책을 선택한건 거의 표지에서 풍겨오는 분위기에 반했다고 해야할까..? 암튼, 그러한 분위기에 나혼자 취해 책을 읽어나갔다. 예전에 읽었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내용이 판타지 소설처럼 흥미로운 사건들로 가득한건 아니었다. 단지 책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분위기가 나에게는 좋게 다가왔던거 같다.
주인공인 이치와 사에코는 잔잔한 물결과도 같은 부부였다. 주위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에 만족하면서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이 책을 읽는내내 그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나에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시한폭탄을 안고 있는듯한 기분을 들게했다. 이들에게는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주변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지 못했던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바로 사에코가 동생의 대리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살짝 충격적이었다.
자궁적출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여동생이 언니에게 대리모를 제안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사에코..그리고 대리모를 하겠다는 사에코의 결정을 무심히 지켜보기만 하는 이치...조금 아이러니했다. 남녀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증거물이라고 할수 있는 아이라는 존재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또 입덧을 시작하고 사에코가 혼자서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치와 동생부부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사에코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가 굉장히 불쌍하게 느껴졌다. 결국, 이렇게 모든걸 혼자서 감당하고 견디고 있던 사에코는 환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는등 정신적 균형을 잃어버리고.. 그녀의 이러한 상황을 뒤늦게서야 알게된 이치는 사에코를 감싸고 그녀와 아이를 지키려고 하지만 결국, 아이는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아이가 세상밖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사에코의 뱃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모르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사랑을 받고 자라온 아이가 과연 정상적으로 태어날수 있었을까..?
아이는 분명 두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암튼, 아이로 인해 이치와 사에코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내심 이제는 지독히도 평온했던 이치와 사에코의 일상들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어고난 지금, 사에코가 이치에게 했던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제 사에코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행복한 여자가 될거 같다. 또 내심 나에게도 이런말을 전할수 있는 상대가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ㅎㅎㅎ~
" 당신을 찾는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까지나 기억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