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박완서 외 12명 지음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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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명 작가들이 한 그릇 요리에 얽힌 재미있고 가슴 찡한 사연들을 털어 놓은 책이다. 누구나 한 그릇 요리에 담긴 추억이 있을 것이기에, 쉽게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작가진은 화려하다. 공선옥, 박완서, 성석제 등 누구나 한번 쯤 이름을 들어본 유명 작가부터, 시사만화가 고경일, 주철환 PD, 김갑수까지.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털어놓은 한 그릇 음식에 담긴 추억은 지극히 소박했다. 지금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진 어린 시절의 소박한 추억이나 사랑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때 할머니가 내게 가르쳐 줬다. 토장국 한 가지에 밥을 먹는 사람은 세상에 죄 지을 일이 없다는 것을. 세상의 죄란 죄는 진수성찬, 산해진미 찾는 사람들이 짓고 산다는 것을. - 공선옥

사는 일이 일종의 소동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소동의 배경에는 과잉이라는 지병이 풀무질을 한다. (중략) '도대체 왜 그러니?' 소통파가 가장 빈번히 스스로에게 되묻는 말이다. 누군들 좋아서 그러하랴. 과잉의 널뛰기는 결코 평온한 일상을 허락치 않는 법인데, 누가 밥 먹듯이, 아니 밥 먹으면서 널뛰기하는 것을 즐기겠는가. 제가 저지른 소동에 자빠져 헐떡헐떡하면서 분연히 외쳐도 본다. '나도 이런 내가 괴롭도다!' - 김갑수

 
   


작가들은 단순히 음식에 얽힌 개인사를 털어놓는데 그치지 않고, 요리를 통해서 인생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한 그릇 음식에 얽힌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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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김소향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십 년간 호스피스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연구 해온 작가 엘리자베스 퀴블러의 유고작이라는 이유 만으로 가치있는 책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게 되겠고, 우리 중 몇몇은 배우자나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 때 우리가 느낄 심정을 우리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겠다. 불행한 일이지만, 가슴 속이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차 신을 원망하고 자포자기하거나 자살을 시도하고, 끝내는 영화 <밀양>의 신애(전도연 분)처럼 미쳐버릴 수도 있다.  

그 때, 이 책 <상실 수업>은 훌륭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종교를 초월하여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될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 않고,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풍부한 실제 사례를 예로 들며 절실하게 말하기에 호소력이 짙다.  

특히, 저자는 깊은 슬픔과 분노를 내보내기 위해서 힘겹지만 지난한 과정을 모두 견디어내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분노를 느끼는 법보다 억제하는 법을 더 많이 알고 있다. 얼마나 화가 나는지 상담자에게 말해보라. 베개에 대고 크게 소리 질러보라. 당신과 다른 누군가가 다치지 않으면서 분노를 밖으로 꺼낼 방법을 모색하라.” 

“상실의 고통은 너무나 강렬해서 가슴이 터질 듯하다. 왜냐하면 사랑하므로 인간은 다른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고, 슬픔은 잃어버린 그 연결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슬픔을 회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회피하길 원하는 건 상실의 고통이다. 슬픔은 궁극적으로 고통 속에 있는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치유의 과정이다.” 

책에는 첫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까지 사고로 잃은 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아이의 장례식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이에 그녀의 어머니가 괜한 소란을 피우지 말라며 꾸짖자, 그녀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대답하며 목 놓아 오열한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대신 무엇이 망쳐질지 알고 계시나요?” 

그렇다. 슬프고 힘든 일이 있으면 미친 듯이 절규하며 오열해야 한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올 수 없을 때까지 울고 또 우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우리는 저자의 말대로“가슴에 뻥 뚫린 구멍을 영원히 간직한 채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을 덮을 때 쯤에는,“자신이 허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용은 죽음이 일어났고, 그 죽음과 살아갈 방법을 배우는 일 뿐이다”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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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당신에게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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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 ‘강금실’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강금실에 대한 책은 여러 권 있었지만, 그녀 스스로 자신에 대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으로 불리운 쉰 살이 넘은 강금실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춘’인 ‘서른의 당신’을 위해 '그냥 글이 쓰고 싶어서' 이 책을 썼으며, '뚜렷하게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할 것도 없다’고 한다. 

과연, 한국에서 서른 살은 어떤 의미일까? 미혼이라면 이제는 정말 스스로를 책임지고 기꺼이 홀로서야할 나이일 것이다. 결혼을 했다면 맞벌이와 육아에 효도까지 모든 짐을 무겁게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때이다. 이들에게 건네는 강금실의 편지는 은근하면서도 뚜렷한 보라 빛 이었다. 특별한 그 색상이 꼭 그녀와 같다. 

무엇보다 책에는 베일에 가려졌던(?) 강금실의 개인적인 삶이 담겨 있어, 흥미롭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신랑에게 함을 받던 날의 아련한 기억, 오래된 친구들과 나눈 우정, 네팔, 미국 등의 여행 이야기, 경상북도 산골 주교님 댁에서 잠시 맛본 여유, 기형도 시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 그리고 우리 전통 춤에 대한 깊은 애정, 소설가 장정일에 대한 변론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는데, 예전에 각종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도 섞여 있어 다소 산만하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야기 하나 하나는 충분히 재미있고 정성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강금실, 그녀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100% 만족시켜 주지는 못한다. 저자의 지나온 삶을 깊게 추적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 저자의 생각을 담담히 전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채 나긋나긋한 어조로 강금실이 서른 즈음의 당신에게 건넨 삶의 지혜는 다음과 같다.  

“어려움에 부딪히면 그 어려움을 이기려고 하거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답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몰두하는 그 무엇의 긍정적인 힘으로 상황을 극복하여 가는 편이 더 현명한 생활방법인 것 같다.”  
 
“어떤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마음이 상할 것이 아니라, 상한 마음으로 헤맬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돛대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단단히 붙잡고 헤쳐나가라”  
 
또, 저자는 말한다.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삶을 더욱 깊고 넓게 넓히며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라. 타인이 기억하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라” 
  
이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 강금실은 다소 두서없이,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건네는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 사진처럼 따듯한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부드러운 미소를 가득 머금은 강금실과 직접 대화를 나눈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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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와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줄리안의 곁에는 언제나 다정다감하면서도 든든한 '게이' 남자친구가 있다. 그녀들이 남자들에게 상처입고 슬퍼할 때면, 게이 남친은 같은 남자로서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쉽게 이해하면서도 그녀들과 같이 슬퍼하고 흥분하며 그녀의 상처 입은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꼭 그런 게이 남친 같다. 사랑에 상처 입은 여자의 마음 속을 속속들이 어루만지고,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남자의 행동을 모조리 해석해 주기 때문이다. 그의 유일한 흠은, 지나치게 유식하다는 것이다. '왜 저렇게 밖에 행동하지 못하는 그를 나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건지,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등의 난해한 질문에도 그는 막힘없이 답한다.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철학, 정신분석학 등의 어려운 이론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알랭 드 보통. 그와 함께 수준 높은 지적 유희를 즐기다 보면, 사람 그리고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위안하게 된다. 

지금 혹시 사랑하는 ‘그’ 또는 ‘그녀’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미칠 것 같다면, 그의 소설 두 권을 차례로 읽어보자. 그 또는 나 중에 어느 누가 특별히 나빴거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랑은 원래 그런 법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는 성공한 30대 남자 ‘에릭’와 아직 20대인 ‘앨리스’가 등장한다. 이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이라는 권력 관계에서 끊임없이 삐걱댄다. 나란히 누워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앨리스가 “당신이랑 이렇게 있으면 정말 편안해요.”라고 고백하면, 에릭은 “오늘 저녁 몇 시에 본드 영화를 하죠?”라는 강력한 질문으로 권력의 우위를 점하는 식이다. 

'무자비하게 대화를 회피하고 침묵을 지키며 약속을 어기는’ 에릭과 그의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그와 어떻게든지 대화를 나누고자 눈물겹게 노력하는 앨리스의 모습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런 관계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나쁜 남자는 이제 그만 만나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라’는 뻔한 말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 대신, '이 남자는 그저 자연주의자일 뿐’이라는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알랭 드 보통은 '자연주의자' 에릭과 헤어지고 필립으로 부터 저녁 초대를 받은 엘리스가 기쁘고 동시에 겁내는 이중적인 속 마음도 예리하게 잡아낸다.  

남과 여, 이 둘의 마음을 속속들이 파헤쳐 열어 보이는 알랭 드 보통. 그의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남과 여 그들은 ‘화성인과 금성인’ 같은 외계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누가 특히 나빠서나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서로 조금 씩 다른 사람일 뿐이며,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그의 전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남여의 숨겨진 심리를 파헤쳐 보여주는데, 여자보다는 남자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인공 남자는 한 여자를 미치도록 사랑하면서도 스스로도 어이없는 행동을 되풀이하고 결국 그녀를 잃는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 역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당신에게 추천할 만한 소설이다.  

이처럼, 알랭 드 보통의 작품에는 남과 여라는 성벽을 넘어서 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케 해주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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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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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는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본 우리나라의 서사무가 <바리데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신화의 주인공 ‘바리데기'는 '버려진 공주’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녀의 이름은 '바리다'와 동시에 발(發), 즉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소생의 공주’라고 볼 수도 있다. 

이름처럼, 서사무가 속 바리데기는 용왕의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나 버림 받지만, 큰 병에 걸린 용왕을 살리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고 생명수를 구한다. 소설의 주인공 ‘바리’도 북한 청진에서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나 버림 받을 뻔한 위기를 겪고, 소녀가 된 후 온갖 고통을 겪으며 생명수를 찾아 헤매인다.

주인공 바리의 고통사는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참혹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굶주림에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지만, 중국 연변에서의 삶은 더더욱 참혹했다. 어찌어찌해서 유럽으로 밀항하는 배를 타지만, 그 위에서 당한 고통은 더더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생지옥 그 자체였다.  

선원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다가 컨테이너 박스 속에서 질식하여 죽은 사람들이 넘치고, 여자들은 옷이 찢겨 실신을 할 때까지 강간을 당하다 창녀 촌에 팔아 넘겨진다. 지금껏 온갖 고통을 다 견뎌낸 바리지만, 배 위에서는 바리의 넋과 몸도 갈갈이 찢겨 해체됐다. 
 
이토록 참혹한 현실은 바리가 죽은 할머니의 넋과 함께 지옥 세상인 ‘서천’을 헤매는 듯 환상적으로 묘사됐다. 환상을 통해서 현실 세계의 인간 군상을 깊숙이 파헤쳐 보여주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다행히도, 구수한 북한 사투리가 착착 귀에 감겨와 고통스런 현실도 조금은 부드럽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이토록 '상상도 못할 모진 고통'을 겪고,“베라벨 사람을 다 만나서” 결국 영국 땅에 도착한 16살 바리. 그녀는 여전히 생명수를 찾겠다는 희망을 품고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바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생명수는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오래 전에 죽은 신기있는 바리의 할머니는 바리의 꿈속에 나타나 바리에게 신화 속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명수 찾기의 실마리를 건넨다. 
 
할머니가 "생명수는 우리 늘 밥해 먹고 빨래허구 하던 그 물이야."라고 하자, 바리는 "기럼 바리 공주님이 헛고생한 거라?" 한다.
 
이어지는 할머니의 설명. "바리야, 기건 아니란다. 생명수를 알라 보는 마음을 얻었지 비." 알 수 없는 할머니의 말에 바리는 "거 무슨 말이웨?" 한다. 할머니는 결국, "이담에 좀 더 살아 보문 다 알게 된다. 떠온 생명수를 뿌레주니까니 부모님도 살아나고 병든 세상도 다 살아났대.”라고 할 뿐이다. 

계속되는 할머니와 바리의 대화.
 
"거저 살다보믄 대답이 다 나오게 돼 이서. 
말 다르구, 생김새 다르구, 사는 데가 다른데두?
거럼.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같다. 모자라구 병들구 미욱하구 욕심 많구."
 
할머니의 말에 바리는 얼른 이렇게 덧붙인다.


"가엾지."
 
이 말에 갑자기 눈물이 울컥 솟았다. 그토록 모진 고통을 겪고서, 이 세상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는 동정심, 연민을 품을 수 있다니! 할머니도 놀래서 이렇게 답했다. "우리 바리가 용쿠나! 가엾은 걸 알문 대답을 알게 된다니까디.”
 
그래, 이 세상을 가엾게 여기게 되는 순간, 우리는 용서와 화합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생명수를 찾아 헤매는 바리의 고난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쉬지 않고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 바리는 시할아버지 압둘을 붙잡고 이렇게 탄식했다.
 
“할아버지, 세상을 구해낼 생명의 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걸 얻을 수만 있다면..”
 
이에, 할아버지는 생명수를 찾기 위한 마지막 결정적인 실마리를 건넸다.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그토록 험난한 고통을 겪어내며 바리가 찾은 생명수. 그것은 결국 희망이었다. 판도라의 상자 밑 바닥에 붙어 있던 바로 그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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