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독서 정산
① 필립 로스 저, 박범수 역,『휴먼 스테인 1,2』, 문학동네, 1판(2009), 완독
역시 필립 로스다, 하며 읽었다. 어떻게 이런 좋은 글을, 그토록 자주 쓸 수 있을까? 여태 읽은 그의 책은 모두 적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줬을 정도로 마음에 남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읽지 않은 나머지 작품들은 또 어떨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다.
읽는 데는 좀 오래 걸렸다.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짬을 내 틈틈이 읽었기 때문에. 그렇게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다가 어느덧 끝장에 다다랐을 때의 그 느낌을 잊지 못하겠다. 할 말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 머릿속 어딘가에서 부글대는 복잡미묘한 느낌을 언어로 옮겨낼 능력은 없었고, 옮겨진 언어마저도 너무나 많은 주제에 대한 것이어서 길을 잃었다. 어찌 이렇게 몰입하게 하면서도 밀도를 잃지 않는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한 개인의 짜임새 있는 맥락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구조. 그 구조가 조성해낸 힘. 그 힘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모르겠다는 사실에서 오는 흥미로움. 작가가 의도적으로 짜낸 구조가 조성해낸 힘으로 지탱 되는 이 책은, 플로베르가 스타일의 내적인 힘 만으로 지탱 되는 글을 써내고 싶다 했을 때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짬을 내 천천히 단상을 끼적여봐야겠다.
한 달을 돌아보며
바쁜 곳에서 일하며 꾸준히 읽고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으로 느낀 한 달이었다. 퇴근 후 저녁 먹고, 소화시키고 운동하고, 씻고 오면 10시다. 읽고 쓰기 위해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을 그러모으면 평일엔 2~3시간 정도가 한계다. 그것도 절반은 집중력을 밀도 있게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다. 업무 최적화를 더 달성해 회사에서 에너지 소모가 심하지 않게 하고 주말을 알차게 쓰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인데, 주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좀 아쉽다.
나가르주나의 "중론" 강독 모임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 중이다. 솔직히 업무 최적화나 회사 일과 연관 시키자면 업무 관련 방법론에 대한 책들,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서들, 하고 있는 일을 사회학적으로 확장한 다양한 담론에 대한 책이나 연구서들이 실용적으로는 더 도움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업무적으로도 도움 되고 나름 지적 쾌감도 있으니 나쁘진 않겠다만 으으음. 한량처럼 살고 싶었는데 버티다 보면 다시 좀 편한 곳으로 갈 수 있으려나. 1인분만 해도 이렇게 끌려오니 나 참.
8월에 읽을 책
-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 한 250페이지 정도까지 읽었다. 미하넬 하케네 감독의 "피아니스트" 영화를 봐서(훌륭한 영화) 나머지 부분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듯. (솔직히 앞부분 읽는 건 좀 고역이었다. 공감되고 밑줄 친 부분도 많긴 했지만 서사가 약해서 어쩔 수 없었다.)
- 김승옥의 '무진기행' : 전부터 계속 읽고 싶었던 소설. '헤어질 결심'과 '안개'란 키워드 그리고 노래 '안개'와 연결 지어 보고 싶다는 동기가 있어서 적어봤다.
- 프란츠 카프가의 '소송'
- 7월에 계획하고 읽지 못한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