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제대로 하자 (개정판) - 어느 반미주의자가 쓴 7년간의 영어 체험 보고서
이정훈 지음 / 명상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영어를 공부하는데에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영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정훈의 <영어공부 제대로하자>는 영어를 자신의 것으로 완전하게 체화하기 위한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말하기'를 추천한다. 저자는 이러한 방법을 소리영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있다. 저자에 따르면 무작정 덮어놓고 듣기보다는 벽돌을 쌓아 나가듯이 테입 하나 하나를 완벽하게 숙지해 나가는 것이 듣기 공부에 훨씬 효과적이며, 듣기 공부와 읽기를 병행해야 하고 또 자신이 읽은 것을 자신만의 단어와 문장으로 재 조합해서 발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야 말로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방법은 전혀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Dictation을 통한 듣기 공부와 paraphrasing 그리고 reading aloud와 같은 기존 공부방법에 프리젠테이션이라는 기법을 첨가시킨 것에 불과하다. 영어공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장에 이미 공감을 하고 있을것이며 또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조금씩 실천해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이 지니는 장점은 이러한 방법을 제시하면서 이 방법만 따르면 단 시간내에 영어를 정복할 수 있다거나 이 방법만이 영어를 마스터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헛된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불행하게도 이 책을 읽어야할 가치는 여기서 끝이 난다. 책의 전반부는 저자의 단편적인 유학경험에서 얻은 일화들로 채워져 있으며 후반부는 한국의 잘못된 영어학습 방법에 대한 넋두리(별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므로 넋두리라고 표현했다)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경험의 고비 고비마다 저자의 주목할만한 경력이 등장하는 것은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상당히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며, 경험의 기술도 시간적인 흐름이나 소리영어의 전개방법에 따라 제시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단편적인 경험담의 반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단편적인 경험에서 나타나는 교훈들은 모두 옳은 것이며 그중 많은 부분들이 나 자신의 어학연수를 통한 경험과 일치했다. 만일 이 책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유학경험을 기초로 자신의 영어학습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하는 것이었다면 훨씬 좋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또한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Shadow speaking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적용방법이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너무 적었다. 알라딘의 책 소개에서 제시되어 있는 방법을 보고 좀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보게된 책이었는데 믿어지지 않지만 책 내용 어디에도 알라딘의 책 소개에 제시되어 있는 것 이상으로 자세한 정보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한국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미국사람이 일본어를 배우는 것 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그 어려운 과정이 우리 나라에서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영어를 습득하는데 필요한 비법과 충고들이 난립을 하게 되고 쓰레기 같은 영어 책들이 산더미처럼 서점에 쌓이게 되었다.

'이 방법대로만 따라하면' '이 책만 마스터한다면'등등 셀수 없는 선정적인 문구로 유혹하는 영어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모처럼 '정도'를 주장하는 책을 만날 수 있는 것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정훈의 <영어공부 제대로 하자>는 이러한 당연한 주장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또는 학습방법)에 대한 별다른 정보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또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영어공부 방법을 신선하게 포장하는데 처참하게 실패를 했다는 점에서 별 한개의 가치만 얻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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