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 알고싶은 두세 가지 것들
구회영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생 시절 즐겨보던 주간 잡지로 '말'지가 있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말지의 뒷 부분에 정성일씨가 비디오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당시 유래없이 독창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마치 없던 눈을 새로 이식받은 것과 같은 광명 그 자체였다. 그 충격 이후 난 비디오 가게를 싸돌아다니면서 정성일이 권유한 그 비디오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가 되었다.

순례의 길을 시작하는 문턱에서 보게된 구회영의 <영화에 대해 알고싶은 두세가지 것들>은 내게 복음서로 읽혀졌다.이 책을 나침반으로 떠난 순례의 길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진채 한쪽 구석에서 쳐박혀있던 '집시의 시간'을 전리품으로 의기양양하게가슴에 품고 오던 기억에서부터 힘들게 구한 '크라임 웨이브'를 보고 실망한 기억에 이르기 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져만 갔다.

96년도 미국에서 어학연수하던 시절 난 이 책의 저자가 부여한 마법에 이끌려 저자가 권하는 영화를 뉴욕대학의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하나씩 '개봉'하는 의식을 치루어냈다.그 성스러운 의식은 결코 재미난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몹시 실망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의식은 이 땅에 급속하게 생겨난 영화신도들에게 급속하게 그러나 지하의 시네마떼끄를 통해 은밀하게 전파되어 반복되어졌다.

이제 성스러운 의식을 체험한 영화신도들은 더 이상 구회영의 마술에 걸리지 않는다.타르코프스키는 신비함을 잃은지 오래이며 고다르와 튀르프를 말하는 사람도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또 한 존 맥티어난의 화려한 등장에 대한 예언도 빗나가 버렸다.

과연 구회영의 영화 복음서는 이제 빛을 잃어버린 것일까?

수많은 영화학도들의 입문서로써 읽혀졌던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을 뛰어넘는 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저자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이 책은 여전한 고전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가에 꽂힐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저자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아낌없이 별 다섯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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