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 님의 에세이 모음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예요.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는 작년에 10주기를 기념하여 출판되어 2021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한,

박완서 에세이의 정수가 모여있는 소중한 책인데요.


​이번에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은 여우눈 에디션이 10만 부 판매 기념 한정판으로 나왔어요.


여우눈은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내리다가 그치는 눈'이라는 뜻인데요.

눈이 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찾아와서 반갑고,

잠깐 내리고 그치니 여운이 오래가는 눈이라는 점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글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제게 '박완서'라는 이름은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남아있거든요.

제가 언제 처음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주 오래되었다는 것밖에는.

어린 나이에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엄청 찾아 읽고 책을 사모았어요.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도 물론 정말 넘넘 좋지만,

에세이는 또 다른 울림과 감동이 있어요.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과 함께,

나와 같은 장소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의 때론 날카롭지만 매우 바른, 

엄격하기만 한 게 아니라 친근하고 납득할 수 있는 잣대를 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15쪽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26쪽 소리 없는 수만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믿음의 교감이 있기에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르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믿는다.

그래서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항상 읽고 기억하는 건 아니어도

가끔 우연히 마주치면 오래 생각하고 품게 되는 것 같아요.

여우눈처럼요.


수많은 박완서 작가님의 에세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오랜 시간을 들여 엄선한,

박완서 에세이의 정수가 담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다시금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가슴에 새길 수 있어 반가운 책이었어요.


216쪽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은 이곳에 안 계시지만, 

박완서 작가님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한,

영원한 현역 작가이십니다.



#박완서모래알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여우눈에디션 #박완서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립백 알라딘 블렌드 하프카프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향이 좋고 부드러워 좋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어도 살자
아우레오 배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아우레오 배 작가님을 알게 된 건 <영어책>을 접하면서였어요.
매년 새해 계획이나 목표 세우잖아요.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영어 연습을 다시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기존 영어 교재와는 전혀 다른, 너무 새롭고! 독특하고! 표지 디자인이 아름다운! 책을 발견해서 서평단을 신청하고 책을 받아 보았는데.

 

처음에는... 좀.... 의아했어요.

 

작가님의 자기 소개와 이력을 보고 '이게 가능한 건가?'하는 의아함이었죠. 호주 명문 칼리지 한국인 최초 수석 졸업에 전공을 바꿔가며 여러 대학교를 다니셨다 하고, 현재 직업이 협상/미술전문 영어통역사, 영어교육가, 미술작가, 디자이너에 기업가라니... 첨에는 '뭐지? 사기꾼인가?' 했어요.

 

물론 책을 읽은 후에는 그런 선입견은 사라졌고요.

 

그러다 SNS를 통해 직접 소통도 하게 되었는데, 작가님의 실제 생활을 보면 '참 열심히 진실되게 살고 있구나' 느껴지고, 보면 볼수록(알면 알수록) 놀라운 '사기캐'라는 생각은 진해졌어요. (사기꾼과 사기캐는 다른 말입니다.)

 

엄청난 분량의 <영어책>도 집필만으로 대단한 작업이었는데,
에세이 연재를 예고하시더니 정말로 매일 한 편의 글을 쓰시고 그 글이 책으로 묶였어요.

 

이 책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길지 않은 글이 모여 있는 책이지만 한 편 한 편 대충 읽을 수가 없어요.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죽음 또한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현재의 시간과 나의 가치를 깨닫고, 모두의 공존을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살자.는 이야기인데요.

 

그냥 이렇게만 보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말 같죠.

 

그런데... 이 책이 특별한 건.
작가님의 온 삶이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 있어요.

 

책에 누구에게나 자신이 타고난 삶의 이유가 있다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책을 읽으며
아우레오 작가님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범상치 않은 이력과 행보가 결국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였던 거 같아요.
본인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는 어떤 사명이랄까요.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진리를 알리기 위한 사명을 타고난 사람인 거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내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내 곁에 있어왔던 내가 지나쳐왔던 죽음에 대해서도요.
내가 그 죽음을 비켜나 지금 살아있는 의미에 대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부터 팬으로서 지켜본 루나파크 홍인혜 님의 신작 에세이를 읽었어요.


홍인혜 님은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직장인이시기도 했고 (지금은 졸사 후 프리랜서)

루나파크라는 웹툰을 그리는 만화가이시기도 해요.

제 블로그 이웃이기도 하셔서 꾸준히 홍인혜 님의 글을 읽어왔는데,

언젠가 '시인'으로 등단하셨다는 소식도 전해주셔서

이젠 카피라이터이자 만화가이자 시인이세요.


이전에도 에세이집이 있었지만 이 책은 '시인'으로서 첫 에세이라 

이 책을 쓰시며 얼마나 공들이셨으며 책 출간 후 얼마나 떨리실까 제가 막 안쓰럽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책 제목도 <고르고 고른 말>

문인으로서의 각오와 다짐이 담긴 제목 같아요.

목차를 보고도 놀랐어요.

목차를 만들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제련하고 다듬으셨을,

노고가 느껴지는 목차였어요.


책을 읽으며 작가님이 언어를 다루는 방식에 감탄했어요.

머릿속에 분명 흐리멍텅한 '생각'은 있는데 그걸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잖아요. 

저는 항상 그래서 ㅠㅜ 글을 쓸 때마다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해 대부분 그냥 '좋다''멋있다' 등의 말로 뭉뚱그려 쓰곤 하는데

단어가 갖고 있는 미세한 의미 차이나 어감 차이를 섬세하고 예민하게 걸러내시는 과정이 제겐 너무 놀라웠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역시 시인은 시인이구나. 홍인혜 작가님은 결국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구나 인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 속 수많은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차곡차곡 갈무리 해놓은 것에,

저도 돌이켜 볼 수 있었어요.


저도 분명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는데, 그냥 지나쳤던 그때의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작가님의 말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 거죠.


작가님의 생각도 말도 너무 예뻐서 이 책은 곁에 두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를 때마다 수시로 다시 보고 싶어요.


#고르고고른말 #고고말 #홍인혜 #창비 #도서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사장의 지대넓얕 1 : 권력의 탄생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생각을 넓혀 주는 어린이 교양 도서
채사장.마케마케 지음, 정용환 그림 / 돌핀북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아시나요?

제목이 너무 길어서 도무지 외워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간단하게) '지대넓얕'은 제게도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저는 대학원 마칠 때까지도 책을 잘 읽었는데

잠깐 외국에 나가게 되면서 책 읽기가 끊겼고.

한번 끊기니까 한국에 돌아와서도 책을 안 읽게 되더라고요.

그 뒤로 10년 넘게 독서와는 상관없는 무지한 삶을 살다가

다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책이 바로 '지대넓얕'이었어요.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앎의 즐거움'도 있잖아요.

특히나 저는 한국 문학만 편독하는 사람이라 경제, 정치... 등은 무시당해도 마땅할 정도로 상식 이하 수준이었는데

여러 분야의 지식을 '넓고 얕'게, 그리고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 책은 꼭 저를 위해 나온 것 같았죠. ㅎㅎㅎ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이신 채사장 님의 강연회를 찾아 다녀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독서에 흥미를 잃지 않고 있는데요.

제게 그런 중요한 계기가 되어준 '지대넓얕'이 어린이도서로 나왔어요!




채사장 님의 글을 마케마케 님이 재구성하고 정용환 님의 그림이 더해져 

아동도서 <채사장의 지대넓얕>으로 재탄생했어요.


저는 무척 빠져들어 읽었던 책이지만 그 내용 자체만 보면 아주 '재미있는' 건 아니잖아요.

과연 아이들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요.


​제가 먼저 읽어보니 스토리텔링이 엄청 잘 되어 있더라고요.

원본 지대넓얕은 강의식이어서 책으로 읽는 수업 느낌이었는데,

<채사장의 지대넓얕>은 한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와 얽힌 다른 인물과의 관계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서 한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고.

그 중심 인물이 인간이 아니라 하급 신(神)이라는 설정부터도 흥미로워요.




신이기 때문에 죽지 않고 원시 공산 사회부터 현대까지를 지켜볼 수 있는 거예요.

원시 공산 사회에서는 그저 멍청하고(?) 착한 인간일 뿐이었던 오메가가 생산 수단을 점유하게 되면서

그의 후손들이 그 시대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가, 그럼으로써 신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게 되는가를 알 수 있어요.


그 안에서 역사와 경제, 사회, 종교가 한번에 다 설명되는 놀라운 매직~!


그리고 이게 정말 그 '지대넓얕'이 원작인가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학습만화, 동화책의 형식으로 바뀐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림도 많고 웃긴 장면들도 많고요.




어린이 도서로 완전히 탈바꿈했지만 제가 '지대넓얕'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노트 필기나 판서 같은 방식은 '채사장의 핵심 노트'와 '마스터의 보고서'라는 코너로 남아 있어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기억하기에 좋고요.

챕터가 끝날 때마다 미로 탈출 같은 재미난 놀이 페이지가 있다는 것도 좋아요.


부록으로 주사위 게임판이 들어있는데, 게임판을 보고 '아하!'했네요.

이것도 놀이의 형식을 빌려오긴 했지만 이대로 딱 연표잖아요?

책에서 설명한 역사의 흐름이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어서 놀이를 하면서 말판을 읽으면 저절로 복습이 되는!

굿굿굿 아이디어예요.ㅎㅎㅎㅎ


저도 '지대넓얕' 읽은 지 오래 돼서 많이 잊었는데, <채사장의 지대넓얕> 읽으며 복습했네요.ㅎㅎㅎㅎㅎ



#채사장의지대넓얕 #지대넓얕 #어린이도서추천 #어린이인문학 #초등도서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