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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평점 :
김제동 님의 신작 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읽었어요.
<그럴 때 있으시죠?> 이후 8년 만의 공감 에세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 책은 못 읽었고 헌법 이야기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이후 6년 만에 읽는 김제동 님의 책이에요.
이번 책에서는 김제동 님이 방송을 쉬시면서(?) 먹고 사는 데 집중하는 삶 이야기, 반려견 탄이를 만나고 같이 살게 된 이야기, 중고등학교 강연 봉사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어요.
김제동 님 책의 특징은 읽으면 자연히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ㅎ
읽는 게 아니라 말을 듣는 것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이번 책 역시도 김제동 님만의 유머 감각까지 그대로 전해져서, 슬며시 웃으면서 책을 읽었어요.
책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동질감'이었어요.
연예인이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연예인은 딴 세상 사람 같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 같잖아요? 그래서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상대적 박탈감에 화가 나기도 하고요. 단순히 그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연예인만인 건 아니니까요. 제가 화가 나는 포인트는 '저렇게 잘 풀리는 인생들은 대체 고민이 뭘까?'라는 거예요. 연예인도 힘들다는 말은 별 공감은 안 돼요.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나요. 소방관은 안 힘든가요? 경찰관은요? 자영업자도 직장인도 힘든 건 다 힘들죠. 다들 힘든 일을 하는데도 연예인들은 일을 통해 얻는 성과가 유난히 크다는 것이 제가 화가 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런데 김제동 님도 '딱히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뭔가 잘 안 된'다고 하네요. 요즘 딱 제가 그래요. 나는 제대로 해낸 일이 없다, 일이 안 풀린다, 실패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운데, 어찌됐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성공한 연예인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이 의외였어요. 이래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한 건가요. 뭐 물론 지금 사는 모습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표면적인 모습 외에 속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서 조금 동질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누구인지를 자문한다는 것도요. 김제동 님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 질문을 품고 산다고 생각하신다는데, 저는 품고 살다가... 이젠 묻기를 포기했어요. ㅋ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이 질문에 대한 제 결론은 '내가 어디서 왔든 어디로 가든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입니다.
대신 저 결론에도 하나의 조건은 있어요. 가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몰라도(아, 죽음 빼고. 최종 목적지는 당연히 죽음이잖아요) 가려는 곳의 방향성은 정해져 있어요. 아이 엄마가 된 후,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40대를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결정짓게 된 제가 가야할 방향은 '어른'입니다.
제동 님도 책에서 끊임없이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른'에 대해서.
과거 경험을 통해 바른 '어른'의 모습을 생각하고, 지금 아이들에게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요.
저의 인생 화두입니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릴 때는 책을 재미로 읽었지만 요즘 제가 읽는 책, 그 중에서 유난히 신경 쓰고 관심을 기울이는 책들은 바로 다 어른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아요.
제동 님은 나이 어린 세대를 편들어 주는 세대가 되고 싶다 하셨어요.
제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나이와 경험을 무기로 이제 막 자신의 삶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의 기회를 빼앗지 않는 사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이곳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나의 어른들에게 많은 걸 빼앗겼지만
(지금의 '헬조선'을 만든 게 누구인가요.)
나는 그런 비열한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제가 김제동 님, 허지웅 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음 세대를 걱정하며 지금의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기 때문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네요.
김제동 님 팬클럽 이름이 베드로래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처럼, 김제동 팬임을 부인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데요.ㅋ
팬클럽 회원만 팬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팬클럽 회원이 아니지만 분명 김제동 님 팬입니다.
다른 사람이 김제동 팬이냐고 물으면 부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저는 '베드로'는 아닙니다만 제동 님 팬임을 암호로 증명해야 한다면 말할 수 있어요.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