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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ㅣ 러시아 고전산책 5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김영란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평점 :
<파우스트>라고 해서 당연히 괴테의 <파우스트>인 줄 알았는데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예요.
동명의 소설이 또 있는지도 몰랐고요~
투르게네프 하면 반사적으로 <첫사랑>이 떠오르는데 그거 말고 이렇게 많은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고요~ ㅋ
이 책에는 '세 번의 만남', '파우스트', '이상한 이야기' 이렇게 세 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요.
첨에는 이게 연작소설인가보다 하고, 첫 번째 소설과 두 번째 소설이 어떻게 이어지는 건지 엄청 고민하며 읽었는데
전혀 다른 작품이었어요. ^^;;;;
제가 고전 문학을 어려워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길고 긴 묘사인데요.
일단 소설 첫 머리가 당시 시대상이든 배경이든 자연환경이든 계~속 줄줄줄줄 설명으로 시작돼서,
아니 대체 주인공은 언제 나와??? 하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자연히 책장을 덮게 되거나ㅋ
아니면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해서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파악하는 데 너무 신경을 많이 쓰게 되거나요.
한국 소설도 토지나 태백산맥 같은 건 인물이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이 익숙해서 잘 기억이 되는데
고전문학은 등장인물 이름도 다 비슷비슷하고 헷갈리고 많고....
뭐 그밖에도 고전문학을 잘 못 읽는 이유가 더 있지만
암튼 이 책의 세 소설은 위에서 말한 이유와는 거리가 있긴 하더라고요.
전부 1인칭 시점이라 소설 시작하자마자 주인공(화자) 나옴.
길지 않은 이야기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매우 오랜만에 완독을 한 고전문학 책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저는 고전문학을 읽어도, 이게 왜 그리 위대한지, 뭐가 그리 대단한 건지 공감이 잘 안 가서요...ㅠㅜ
「세 번의 만남」은 한 남자가 이상형에 가까운 한 여자를 우연히 세 번 만나는 내용이죠. 소설은 그 두 번째 만남을 시작으로 첫 번째 만남을 회상하고 시간이 흐른 후 세 번째 만남까지를 서술하고 있는데. 초반부 묘사는 좋았어요. 주인공이 그 여인을 만난 것이 얼마나 우연이었는지,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신비롭게 느껴졌는지 주변 환경과 주인공의 심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결말이... 나중에 세 번째 만남에서 그 여자와 그 여자의 애인이 어떤 사이였는지 알게 되고 그 여자는 가 버리고, 주인공은 그 이후 그 여인을 만날 수 없었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여인은 나에게 꿈처럼 나타났고 다시 꿈처럼 내 곁을 스친 뒤 이젠 영원히 사라졌을 뿐이다.(64p)
사랑은 사랑으로만 남아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건지....
「파우스트」는 상당히 잘 읽히는 편에 속하는 고전문학이었는데요. 아, 이것도 결말이 반전!
금욕주의에 가까운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여자가 주인공이 낭독해 준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그동안 묶어놓았던 열정이 깨어났는데.... 의문의 죽음 ..ㅠㅜ
열정은 죄악인가요...ㅠㅜ
세 작품에 모두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결말이 모두 미적지근한 것 같은 느낌도 있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괴테의 <파우스트>도 궁금해졌어요.
대체 어떤 책이기에 사람에게 그리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