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은 ‘추리소설’과 ‘스릴러 소설’들이 쏟아져 나올 때다. 오싹한 공포로 순간의 더위를 잊거나 사건의 결말을 풀기위해 신경을 집중하다보면 더위는 어느새 한 풀 꺾여 있기 마련이다.

이번 주, 더위를 해소시킬만한 책은 '법의관'으로 에드거 포우상 등 대부분의 추리문학상을 휩쓸었던 퍼트리샤 콘웰의 새로운 작품 <카인의 아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화제를 모았었던 김진명의 <살수>다.
<카인의 아들>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낙인 찍혔던 카인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범죄 인공지능 네트워크’(Crime Artificial Intelligence Network), 즉 CAIN의 숨겨진 음모를 그리고 있으며, 김진명의 <살수>는 113만의 수나라 군대와 맞서 싸운 고구려의 을지문덕을 주인공으로 사라진 역사의 한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역사 추리나 미스터리 외에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상큼한 소설로는 <쇼퍼홀릭 : 레베카, 맨해튼을 접수하다>를 들 수 있다. 쇼핑중독에 빠져 사고뭉치로 치장되던 전편에 비해 다소 침착해지긴 했지만 레베카의 발랄함은 여전히 지속된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을 꼭 시원하게 보내야만 할까?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이열치열만큼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뜨거운 몸을 더욱 달아오르게 해줄 소설들을 살펴보자.

먼저 <나는 아프리카로 간다>. 제목만 보아도 무더운 더위가 확 느껴지지 않는가?
이 책은 아프리카 대륙 서안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미국이나 유럽 쪽 국제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기아와 전쟁으로 그곳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35세를 넘지 못하며, 5살 무렵의 아이들은 내전의 희생양이 되어 마약을 투여 받고 전쟁터로 보내졌었다. 고향에서 조차 돌아오기를 거부 받은 아이들은 국제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광산을 둘러싼 내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들은 언제 또 전쟁의 노예로 팔려갈지 모를 일이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 <암베드카르>와 <아름다운 노년>이다. <암베드카르>는 인도의 카스트에 가장 밑바닥인 불가촉천민(하리잔)으로 태어나 나중에 헌법기초위원회 위원장으로까지 선출 되었던 암베드카르의 격정적인 삶을 그리고 있으며, <아름다운 노년>는 지금은 병마와 싸우고 있으나 한때 인권외교로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지미카터의 치열한 생을 다뤘다.
더위 해소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땀 흘려 투쟁했던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잠시 숙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도 같다.

지막으로 깊은 생각에 빠짐으로써 잠시 더위를

망각해 보는 철학을 살펴보겠다.
프라하의 이방인이었던 <카프카>와 철학박사 강유원의 <몸으로 하는 공부>는 철학이 어떻게 소설 속에 전이되며, 문학 속에 살아있는지를 보여 준다.

카프카의 문학을 정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가 작품에서 보여준 실존의 문제들을 볼 때, 카프카는 삶과 절망을 동시에 논했던 변증법적 작가라 불러야 할 것이다. 검은 까마귀라는 뜻의 ‘카프카’는 그의 작품 색을 은밀히 암시한다. 카프카의 일대기를 읽으며, 깊은 철학적 사고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강유원의 <몸으로 하는 공부>는 이번 주 신간 중,
가장 두드러진 작품이다.
철학적 사고를 몸으로 실행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재미있는 예제들로 들어차 있으며, 유명한 철학가나 철학론이 논하지 않으면서도 철학의 본질을 얘기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아마도 적당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푼 작가의 의지 때문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회와 문화에 대해 그가 내뱉을 쓴 소리가 기다려진다.

무더운 날씨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면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다가올 가을처럼 성숙해진 정신적 풍요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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