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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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과 철학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하나의 의미를 여러 각도로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것이 철학적 사고가 지닌 장점이라면 삶은 그 해석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이 삶에 투영되기 위해서는 ‘실행’이라는 과제를 풀어야만 한다.

행동이 수반되진 않은 철학은 동화 속 계모들의 자식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말로만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소피스트’를 향한 일갈이었다. 

소피스트들은 대중의 지지에 얻기 위해 진실과 거짓에 상관없이 대중을 현혹하기에 바빴다.  머리는 뜨거웠지만 몸이 식어버린 그들에게 철학적 사고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들은 대중을 휘어잡기 위해 ‘변론술’로 치장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무지를 드러내는 ‘궤변론’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그러기에 소크라테스의 ‘알라’라는 의미는 단순히 자신을 안다는 ‘인지’의 문제를 넘어서서  ‘할 줄 알라’라는 ‘행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머리로 익힌 것을 몸으로 해봐서 할 줄 아는 단계로까지 가야 어느 정도 앎의 완성에 접근해간 것이다. 이걸 흔히 ‘지행합일’ 또는 ‘지행일치’라고 한다.”

사고와 행동이 분리된 철학은 궤변을 낳고 궤변은 변질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철학이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하는 부분이 극히 드물며 스스로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에도 아주 인색한 것은 사실이다.”

앎의 문제를 실행의 문제로 바꾸는 것은 철학자들에게 주어진 숙제이며 동시에 철학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만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대중이 철학적 사고를 탁상공론으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철학은 결코 일상에 파고들 수 없으며, 철학이 일상에 개입되지 못하면 대중은 ‘무뇌아’의 무리로 전락하게 된다.


결과를 말하자면 현대 사회에 철학이 삶에 깊이 개입되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비판적 사고’를 늘리는데 있어야한다. 전문적인 철학연구는 그것대로 작업을 해나가야 하지만 “대중과 만나는 지점에서는 비판적 사고 기르기가 주된 과제로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의 저자인 강유원은 강용욱의 철학 강의를 예로 들고 있다. 그이 철학은 좋으나  “그의 강의에는 한국 현실에 대한 사회과학적 이해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철학이 현실비판과 대안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거기서 조금 조금씩 무언가를 얻어먹으려는 태도를 소수하고 있는 한, 결국 모든 것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비난 한다.


이 외에도 강유원은 ‘철학적 사고란 무엇이며 철학적 사고의 가치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 철학이 지닌 힘은 무엇이며 그 힘을 통해 얻어지는 효과는 무엇인가’ 라는 철학 본질에 대한 얘기와 함께 ‘책“과 ‘문화’ 속에 존재하는 ‘철학의 현실적 쓸모’에 대해 가벼운 사색을 유도한다.

그러므로 강유원의 철학으로 바라 본 세상과 문화는 어렵지도 지루하지도 않으며, 어떤 시류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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