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일상의 풍경
안해룡 지음, 리만근 사진 / 현실문화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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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풀을 짊어진 노인 뒤로 하얀 염소 한 마리가 퉁퉁 분 젖을 달랑거리며 뒤를 따르고 있다. 챙이 있는 모자를 눌러 쓴 노인은 두터운 웃옷위로 망태 하나를 가로질러 메고는 염소 목에 메인 끈을 잡아끌며 귀가를 하고 있다. 논과 산들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고 길은 잘 닦인 도로와 비포장 인도로 나누어 있다.

<북녘 일상의 풍경>(현실과 문화연구)의 겉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막내딸 시집 밑천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염소를 장에 팔려고 길을 나서는 노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노인의 표정은 시종 어둡고 그 내막은 알 길이 없어 다만 추측만 할 따름이다. 내막을 알 수 없는 이유는 이 사진이 남 몰래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리만근은 북한의 철저한 단속을 피해 북한의 일상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안해룡의 친절하고도 냉정한 설명이 달려있다. ‘사진의 이미지에 담겨있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설명한 것은 낯익음에 숨어 있는 차이와 진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 이란다.

페이지를 열어 표지 그림에 대한 글을 살펴보니 “년로보장(정년퇴직)한 노인이 염소와 함께 풀을 베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이 풍경 안에는 절절함이 숨어 있다. 북한의 주민들에게 염소는 귀중한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라는 설명이 달려있다. 노인에 대한 그의 설명은 추축이겠지만 현실을 이야기한 부분은 사실일 것이다.

70년대 한국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풍경들 속에는 아직도 배고프고 고통스런 우리의 민족이 살고 있었다.

덜껑이는 우마차에 실려 일을 나서는 사람들과 물지게를 진 어린이 또는 권총을 휴대한 앳된 여군관의 모습에서도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꼈다. 더구나 그 사진들 옆에 달린 설명문을 읽고 읽자니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 못내 안타까워 씁쓸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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