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와 무늬
최영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다듬어 만든 최영미의 소설 <흉터와 무늬>(렌덤하우스중앙)는 마치 엽서 소설을 엮어 만든 듯 137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으로 시인의 되었던 그녀가 11년 만에 <흉터와 무늬>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마흔이 넘은 여자의 얼굴은 자잘한 손톱자국들로 얼룩져 있다. 그 거울 속 상처를 통해 그녀는 잊었던 시간을 떠올린다. 삶의 무늬가 되어버린 흉터는 자신이 잊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곱게 미화되었던 아버지의 군 퇴역 내용과 심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언니를 괴롭히던 사람이 바로 ‘나’임을 그 흉터는 용케도 기억해내고 있다.

어머니에게 “아니 이 여자가”라는 모진 말을 내뱉었던 고등학교 시절과 16살에 수술을 하기위해 고아로 위장해 미국으로 떠났던 언니의 부고 소식은 얼굴의 주름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개인의 상처와 가족의 아픔이 묘하게 들어맞았을 때 느끼는 가족애를 통해 ‘나’는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1960년대와 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은 아픔을 동반 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아픔이 시대의 고통과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흉터로 만들어진 가족사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은 얼룩처럼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얼룩이 짙을수록, 추억할 삶이 모질수록 가족애는 새록새록 돋아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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