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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평점 :
100년 만에 돌아온 열강 쟁패의 시대에’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박노자, 허동현의 근현대의 국제관계 이해에 대한 역사적 논쟁을 모은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푸른역사)는 한마디로 국제주위적 진보주의자와 민족주의적 시민주의자의 논쟁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한반도 주변-4강 외세와의 근대적 만남을 다각적 시각에서 조망해 본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내비치기도 한다.
두 학자의 미세한 대립은 박노자씨가 미국에 대한 관점을 “개화기의 지식층이 미국을 일종의 유토피아로 보아 극도의 친밀성을 띄거나 숭미적이었다.”고 보는 반면 허동현씨는 “19세기 말 조선의 일부 지식인들은 객관적으로 미국의 다중성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라고 반론하는 식이다.
한 가지를 더 예로 들자면 역사적 논점이 많은 일본에 대한 견해는 그 입장 차이를 현저하게 드러낸다.
“우리를 괴롭힌 적대적 타자로 각인되어 다른 ‘야수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편이다.” “일본의 식민통치가 한국 시회에 남긴 유산은 전통적인 신분관념을 깨뜨리고 우리 전체를 국민 또는 단일민족으로 인식하는 근대적 국가로 만들게 했다.
일본은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침략자인 동시에 ‘근대의 교사’였다.”는 박노자씨의 견해와는 달리 허동현씨는 “한국의 근대화 작업의 시작은 이미 개화기였다. 그리고 일본의 근대화 모방이 아닌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고 18세기부터 전근개화적인 신분의 장벽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한 예다.”라고 말하고 있다.
두 학자의 진지하고도 대립된 토론을 통해 본 근대 100년의 역사 되짚어 보기는 우리나라의 현재 와 미래에 대한 국제 관계 정립에 도움이 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