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무덤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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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 번째 소설집 <꽃게 무덤>(문학동네)으로 권지예가 돌아왔다.

소설가 권지예, 그녀에게서는 풋풋한 향이 난다. 이미 여러 편의 책을 내놓았고 제2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음에도 그녀의 글에선 아직도 살짝 비린 바닷가의 내음이 묻어있다. 쉽게 비껴갈 수 있는 소재들을 잘 끄집어내어 작은 도마위에서 요리하는 그녀의 재능은 탁월하다. 하지만 그 맛의 깊이가 구수하지 않다.

표제작인 <꽃게 무덤>(문학동네)이나 <뱀장어 스튜>에서 소재로 쓰인 ‘간장게장’과 피카소가 인생의 마지막 여인에게 바쳤다는 그림 ‘뱀장어 스튜’ 등을 통해 작가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에 비해 어이없이 내려지는 결말은 허무하기만 하다. 오히려 중편 소설을 예상하고 후반부에 힘을 쏟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밀> 역시 유괴를 당한 아이의 시각에서 쓴 것은 좋았지만, 아이가 유괴 상황을 몰랐다거나 공포심이 없었다면 모를까, 자신이 구덩이에 묻혀 죽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가벼워진다. 새가 되려나 보다”라는 시각으로 문장맺음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표면의 윤기를 닦기보다는 내면에 단단한 돌들과 씨름하는 그녀의 새로운 글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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