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장미
마루야마 겐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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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데뷔작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고고(孤高)의 작가’로 불렸던 마루야마 겐지가 <납장미>(랜덤하우스중앙)란 제목으로 영화배우 다카쿠라 켄을 표지에 내걸었다.

“철도원’으로 유명한 다카쿠라를 내세운 이유는 ‘카메라만으로는 모두포착해내지 못하는 스타의 매력과 철학적인 이미지를 문자로 이끌어 내고 싶다”는 작가의 오랜 꿈 때문이었다. 형기를 마치고 고향 ‘회귀도’로 귀향하는 이미 늙어버린 ‘도주의 달인’ 겐조는 가난이 지긋지긋해 암흑가에 몸을 던졌던 악인이었다.

어둠의 세계에서 양대 조직의 두목으로 기세를 날리던 시절도 가고, 사랑했던 여인 야에코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귀향하는 그를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젊은 암살자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딸이다.

하지만 차분히 죽음을 기다리는 그에게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어머니와 야에코의 망령은 그의 과거만큼이나 그를 놓아 주지 않는다. 과거의 업보를 청산하기 위해, 살아있는 딸을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잡아야하는 겐지의 삶은 비껴갈 수 없는 운명에 압사 당한지 오래전이다. 카메라로 담을 수 없었던 배우의 영상을 글로 옮긴 만큼 작가의 시선은 당당하게 늙어가는 두 주인공을 교묘히 조합시켰다.

사무라이가 칼을 빼들고 적장의 목을 베기까지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루야마가 다카쿠라의 날카롭고 묵직한 칼날을 묘사하기 드린 시간은 너무도 지루하다.

총탄이 박혀 피워낸 납 장미를 활용하기 전까지 지루하게 끼어드는 회상과 너무 자세히 묘사하고펐던 주인공의 내면 상태는 오히려 극의 흐름을 흐리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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