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퍼니 발렌타인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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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81년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대담집 이 출간된 적이 있다.

무라카미 류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폐증(自閉症)이다”라고 하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자페증이면 무라카미 류는 자개증(自開症)이다”라고 말 할 정도로 두 사람의 간격은 멀기만 했다.

이런 상반된 성격의 두 작가가 만나 공통적으로 나눈 대화는 “어느 작가의 출현으로 자신의 일이 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상응하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내용이었다. 동시대 작가로 서로 다른 극에 놓여있는 문학의 관점을 공감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무라카미 류의 문학적 지반을 이루고 있는 자괴적인 애정론이 계속 모티브가 되는 한 그 극점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랜덤하우스중앙) 역시 마약과 섹스, 변태적 행위와 결핍된 애정 등이 소재로 다루어진 단편집이다. 하루키의 ‘자개증’이란 표현처럼 꼭꼭 숨기거나 은근히 돌려 말하길 거부하는 류의 글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아프도록 후벼 파는 사디스트적인 기질이 있다.

류는 독자들을 ‘변태적 기질을 지닌 잠정적인 탐닉자’로 규정해 놓고 자신의 솔직한 욕망을 마음껏 펼쳐 놓는다. 하지만 그의 소설이 남기는 여운은 원초적인 도발이 아니라 씁쓸한 과거로의 회기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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