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견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김숨의 소설 <투견>(문학동네)을 읽고 있으면 맨발로 음습한 대지 위를 걸어가는 몽유병의 여인이 떠오른다. 대지의 중간쯤에서 푹 하고 가라앉을 것만 같은 여인은 끝끝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그 대지의 지평선으로 사라진다.

그녀가 만약 꿈에서 깨어나 갑작스럽게 눈을 떠버린다면 소설은 하나의 ‘장난’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르께스의 소설처럼 김숨은 몽안적 현실을 더욱 몽안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현실의 실상을 더욱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검은 염소 세 마리> <지진과 박쥐의 숲> <중세의 시간> <유리 눈물을 흘리는 소녀>등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신비감은 이 책의 전체 구도와도 호흡을 같이한다. 표제작 <투견>과 <중세의 시간>처럼 누군가가 질근질근 씹다 버린 고깃덩어리를 주워 다시 되삼키는 기분의 소설은 마치 무라카미 류의 글을 읽는 것 같아 잔혹하기만 하다.

“지진을 직감하고 멀리 달아나는 짐승들의 뿔을 가만가만 만져주는 꿈을 꾸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으로 보아, 앞으로의 소설들 역시 그녀만의 색을 유지하며 ‘김숨 마니아’들을 만들어 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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