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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평점 :
떠도는 자에게 삶은 안착하지 않는다. 가난이 애절함을 먹고 살 듯, 떠도는 자는 한 많은 사연으로 삶을 유지한다. 가난은 몸속에 인식된 유전자와 같다. 돌연변이로 태어나지 않는 한, 가난은 승계 될 것이며 사연은 대를 이어 늘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은 ‘풍요’를 나누기 싫어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공선옥의 연작소설 <유랑가족>(실천문학)에서도 이 허상은 많은 사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삶의 중심에서 밀려 그 변두리를 배회하는 가족사를 그리며 작가는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처럼 나 또한 가난한 유랑 작가 일 뿐”이라는 고백을 한다.
가난을 먹고 살기에 치쳐 집을 뛰쳐나온 아내와 그 아내를 만나고서도 붙잡지 못하는 달곤, 시댁식구의 거짓말에 속아 시골로 시집온 조선족 명화의 서울 방랑기, 그리고 수몰지구에 사는 갈 곳 잃은 서민들을 통해, 우리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민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