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 광수씨 광수놈 - 광수생각 그 네 번째 이야기
박광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온ㆍ오프라인을 오르내리며 ‘광수 생각’이란 신드롬을 일으켰던 작가 박광수씨가 오랜만에 <광수 광수씨 광수놈>(랜덤하우스중앙)이란 제목의 네 번째 ‘광수 생각’을 펴냈다.

이번 작품은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가 겪어야했던 고뇌와 상처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그 울림이 더욱 크다. “내 냄비의 물이 빨리 끓는다고 좋아 할 것 없다. 작은 냄비의 물이 빨리 끓는 법이다. 내가 그 작은 냄비였다. 그래서 빨리 끓었을 뿐이었다.” 치솟던 인기만큼이나 빨리 식어버린 독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가 느껴야했던 좌절감은 컸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인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법이다.

“난 이제 모두가 음습하다고 말하는 찬장 속에서 인생을 다시 배운다.”
어쩌면 <광수 생각>에 등장하는 ‘신뽀리’의 캐릭터가 외롭다고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심경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뽀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사랑하는 이’(독자)가 떠나버린 텅 빈 공간들이거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못내 아쉬워하는 그리움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회전을 하는 선풍기 그림 밑으로 “늦은 여름. 선풍기마저 사는게 재미없다고, 그녀를 못잊겠다고 고개를 젓는다.”라는 텍스트를 보면서, 어쩌면 신뽀리를 통해 작가 박광수는 자신의 그리움을 표현하기보다는 그리움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중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만화가 단지 만화로써만 읽혀지지 않는 까닭은 그가 짊어졌던 삶의 무게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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