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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월
평점 :
삼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독자들의 기다리게 만들었던 작가 은희경이 <비밀과 거짓말>(문학동네)이라는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첫 장편 <새의 선물>이 열두 살 난 여자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계라면 이번 소설은 성인이 된 주인공이 자신의 성장기와 정체성을 반추하는 성장소설 형태를 취했다.
"<새의 선물>과 겹쳐서 생각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때보다는 이야기가 많이 넓어지고 커진 느낌이죠. 그때가 ‘깜찍한 문제제기’였다면 이번은 질문이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처럼 이번 작품은 소설가로서의 10년 활동에 잠시 쉼표를 찍듯, 깊은 사색과 성숙한 문제의식들로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주무대인 시골 소도시 K는 폐쇄적이고 정체된 공간이다. 거기에 70년대라는, 우리사회가 경험한 가장 파행적이고 폭력적인 역동적 시간을 덧붙였다. 소설은 크게 3가지 이야기가 중첩되어 조밀하게 엮여 있다.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루된 집안의 비밀이 한 축이라면, 형제이면서 사사건건 뒤틀리기만 하는 형과 아우의 갈등과 화해가 또 다른 이야기다.
객관적 진실보다 만들어진 진실이 더 진실할 수 있는 <비밀과 거짓말>은 등단 이후 10년 동안 그녀를 ‘내내 누르고 삭이고 벼려왔던 삶과 죽음의 이야기, 세상과 삶의 무게와 진실, 비밀’에 대한 나름의 고백을 담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