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맑고 선선한 날씨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호흡이 멈춘 듯한 순간이 온다.

머리에서 빛이 모였다 사라진다. 그때마다 빛은 다른 색깔이다.

빛이 모였을 때 중심이 있다. 중심은 쌀알 정도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을 뜬 것처럼 눈을 깜빡인다.

깜빡일 때마다 쌀알정도의 빛이 생겼다 사라진다.

그러다 난 지금 눈을 감고 있지. 그런데도 왜 눈을 깜빡이지?’ 하고 깨닫는 순간,

붉은 빛이 전면을 차지한다.

빛이 몸을 빨아들인다. 안개 같은 기운이 빛 속을 유영한다.

한없이 평온하다.

 

여러분은 아름다운 호흡을 매 순간 수동적으로 지켜봅니다. 그러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호흡의 경험만이 남을 것입니다. 이내 호흡이 아름다움이라는 표시만 남기고 사라질 것입니다. 아름다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름다움의 표상(表象)’입니다. 빨리어로 표상은 니밋따(nimitta)입니다.

아잔 브람, 놓아버리기, 혜안 스님 옮김, 궁리, 42~44쪽  

아잔 브람 스님은 수행의 단계를 집짓기를 하듯이 단계적으로 설명해 놓으셨다.

 

수행의 기본 방법

1단계: 현재 순간 알아차리기

2단계: 생각 없이 현재 순간 알아차리기

3단계: 생각 없이 현재 순간의 호흡 알아차리기

4단계: 호흡에 대한 완전하고 지속적인 주의집중

5단계: 아름다운 호흡에 대한 완전하고 지속적인 주의집중

6단계: 아름다운 니밋따 경험하기

7단계: 선정

 

여기서 니밋따는 6단계에 해당한다.

“6단계는 몸, 생각, 그리고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을 포함한) 다섯 가지 감각을 정말 완벽하게 놓아버려서, 오직 아름다운 정신적 표상, 즉 니밋따만이 남을 때 성취된다.

이것은 마음(찟따, citta)의 지형에 있는 실재 대상이면서, “육체를 벗어난 아름다움, 즉 정신적 즐거움은 대부분 아름다운 빛으로 감지된다.

 

하지만 이것은 빛이 아닙니다. 눈은 감겨 있고, 안식(眼識)은 오랫동안 꺼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처음으로 다섯 가지 감각의 세계로부터 자유로워진 의식(第六識)입니다. 이것은 보름달(빛나는 마음을 상징)이 구름(다섯 가지 감각의 세계를 상징) 뒤에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마음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빛이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빛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불완전한 묘사가 인식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기에, 빛으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같은 책, 44~45

 

인식의 불완전한 묘사가 니밋따이다.

나는 빛 속에서 완전한 평화를 잠시잠깐 느꼈다.

아잔 브람 스님의 책은 이 책을 옮긴 혜안 스님의 말씀처럼 바른 수행으로 인도한다.

 

진정한 수행은 에고의 표현인 강한 의지가 아닌 그 의지의 놓아버림이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내면의 평화였고, 불만이 아닌 만족과 포용이었습니다. 놓아버리고 행복하게 이 순간 속에 머무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수행의 길이었습니다.

같은 책, 488

 

의지의 놓아버림, 내면의 평화, 만족과 포용, 행복하게 순간 속에 머물기.

이것은 의지와 통제를 내려놓고 평화롭게 만족하는데서 온다.

이 가르침은 지금 삶의 방식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부와 권력, 사랑을 얻기 위해 강인한 의지를 일으키고,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의 대상으로 옮겨간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desire)!

불교수행에서 필요한 것은 욕망을 추구하는 의지를 놓아버리고 평화롭게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다.

아잔 브람 스님의 스승인 아잔 차 스님은 불교수행을 망고나무에 비유했다.

 

담마(Dhamma, )라는 망고나무 아래에서 너희들은 손만 내밀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온갖 소중한 담마의 망고들이 저절로 떨어져 손안에 들어올 것이다.

같은 책, 489~490

이제 망고나무에서 망고를 따려면 망고나무에 올라가거나 긴 장대로 후려치는 의지를 내지말라.

그 의지로 망고나무를 통제하려고 하지 말라.

다만 고요하게 멈춰 있으라.

달콤한 담마의 망고는 저절로 두 손에 들어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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