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종종 그런 문제를 고민하곤 해요. 글수가 너무 적다는...
하지만 방문자 100만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데다가
은연 중에 조회수에 신경 쓰곤 하지만 또 그에 못지 않게 신경 쓰지 않기도 하거든요.
이 말은 분명 100만이 되면 기뻐하겠지만, 잠시 그러다 말거란 뜻이기도 합니다.
덤덤이라고 하지요.
무덤덤까지는 아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문망을 5년간 지켜온 힘이라면 힘이겠지요.

그런 순도를 테스트하는 테스터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는 자정이란 말을 크게 신뢰하진 않습니다.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이란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관적이라기 보다는 가만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해야겠지요.
만약 순도가 의미하는 것이 의미있는 게시물과 코멘트 대 그렇지 않은 것들을
비교하는 것이라면, 과연 j님이 나눈 오늘의 진지한 대화는 얼마나 의미가 있는 걸까요.
j님의 대화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지만,
인생이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일찌감치 생각을 정리한 탓에
이곳 문망에서 어떤 의미와 무의미에 대해 진지한 글과 그렇지 않은 글에 대해
저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쪽을 택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글이 많이 안 올라온다고 진심으로 서운해 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끔씩 보이는 투정 섞인 불평은 그저 심심하지 말라고 벌이는 투정 이상은
아닌 셈이죠.
강요하지 않는다는 건, 제가 문망을 운영하는 몇 년간 꾸준히 지켜온 제 나름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다지 너그럽지 못한가 봅니다.
우리가 한 사람의 바보같은 이야기에 타박한다면
진지한 열 사람도 입을 열지 않을 거라고 늘 말하면서도 종종 누군가를 타박하거나
진지하게 공박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하거든요.
때로 그런 제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만,
저 자신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더군요.
그 까닭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저 게으른 쾌락주의자라 그런 듯...

제가 어느 글에선가도 고백한 적 있지만
저는 늘 당장 오늘을 사는 문제에 급급해 한 편이라 세상의 진리,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천착해본 적도 없으면서 그냥 편하게 나보다 뛰어난 옛사람들도
갑론을박하다 결국 밝혀내지 못한 것을 이제사 뒤늦게 달려들어 본들 알 수 있으랴.
편하게 넘겨 버렸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정된 해답이 있겠습니까?
있다고 그걸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죽을 때까지 마음에 사원을 짓지 않겠다"던 한 시인의 맹세라...
제가 종종 이야기하던 나는 남의 깃발이 아니라 나의 깃발 아래 서겠다던 이야기와 흡사하네요.
망명지 5주년을 축하해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종종 도통한 척 하며 말하길 즐깁니다.
예를 들어 빛도 있다면 그림자도 있어야 한다는 식의....

------------------------------------------------------------------

즉자적이란 말 오늘 많이 쓰네요. 흐흐...
심리테스트에 보면 몇 초 안에 대답하라고 하지요.
그게 글쎄, 심리테스트에 임하는 사람이 잔대가리 굴릴까봐 라지요?
그런데 인간의 머리란 것이 얼마나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나요.
그 몇 초 동안에도 벌써 수많은 연산을 반복하게 되죠.

하지만 인썸에 대한 제 즉자적인 반응 한 가지...
"흐미, 당신이 대책없이 좋아요." 혹은 주책이 없거나...
그리고 무엇보다 고맙고...

돌아오는 길에 당연히 스미스 같은 고민은 따라붙었더랬어요.
오지 말까, 1년 더 확 놀아버릴까.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공부나 한다고 할까.
이까짓 게 뭔데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 문득
좋았던 많은 기억들이...
좋았던 많은 사람들이...
때론 날 괴롭게도, 힘들게도 했던 그것들이
모두 날 참으로, 참으로 풍요롭게 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제가 그리 착한 인간이 못되는지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즐거움들을 모조리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고통도, 슬픔도 알고 보면 인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가?

당신이 이곳에 내뱉어 두었다던 그 쓰레기들도
이곳 문망이란 놀이터에,
당신 몫으로 자리매김된 텃밭에 얼마나 좋은 양식이었을까...

당신이 전에 제게 해주었던 말...
폴 오스터의 "거대한 괴물"에서의 삭스처럼....
"삭스는 언제나 자기가 상대하는 사람을 대단한 지성인으로 보았고, 그래서 상대방을 자기와 똑같이 품위있고 중요한 사람으로 대했다. 내가 그에게서 가장 탐스러워한 자질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가장 좋은 면을 이끌어내는, 바로 그 타고날 기술이었던듯 싶다. 그는 종종 괴짜,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얼빠진 사람, 끊임없이 애매모호한 생각과 선입견으로 마음이 흩어지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러면서도 눈에 뛸 듯 말 듯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몸짓을 보임으로써 나를 놀라게 하기가 일쑤였다. 그 역시 이 세상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어쩌면 좀더 깊이 있게, 여러 가지 상반되는 것들을 어떻게든 단일하고 온전한 의미로 결합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의 문망도, 당신의 바람구두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인썸도 그렇게 자라고,
서로 그렇게 결합되고 있었던 거겠죠.

단, 인썸이 레벨4가 되었다는 건 뭔가 야료가 있음이야... 흐흐.
(그보다 당신이 레벨4를 이야기하는 데 나는 왜 영화 "판타스틱4"가 떠오르는지요.)
웃자고 하는 말이니 나중에라도 때리기 없기....
.
.
.
.
.
마음속에서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반가워요. 다시 만나게 되어서...

--------------------------------------------------

마음이 오면 마음이 간다.
변하지 않는 댓글의 철칙...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구두 2005-08-0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마치, 벌거숭이 임금이 되는 기분이라오.
어떻게 답해드려야 할지... 마음은 알겠는데, 내 마음을 어찌 전할지는 늘 고민스러워요.
분명 게으른 인간은 아닌데도, 이렇듯 모든 계획들이 차일피일 날 배신하는 상황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