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받은 메일이나 쪽지에는 응답하지 않으면서도 왜 알라딘이나 홈페이지에는 글을 남기는지 묻거나 따지는 분들이 있다. 대체로 내 응답이 성의없게 들린 탓이리라 생각한다. 

내 대답은 대체로 마감 중이었다거나 바빴다는 식일 때가 많다.
그 대답은 대체로 거짓은 아니다. 

다만 그 대답은 한두 가지 진실을 감추고 있다. 하나는 당신의 메일이나 쪽지가 내게 어떤 응답을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서 답하는 내용을 글로 쓰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에 올리는 나의 글은 그저 내 상념대로 아니면 그 순간 생각난 어떤 느낌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짤막한 글 하나 올리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 없지만 누군가 보내온 글을 읽고 그에 대해 답장을 쓰는 것은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응대해야 한다. 글의 하중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실 작년전까지만 해도 거의 매일 하루에 수십 차례씩 이렇게 다른 이의 감정과 생각을 더듬어 일일이 대응하는 일을 했었다. 홈페이지를 연지 조금 있으면 만 9년이 된다. 그 중 거의 7년을 매일매일 사람들의 글에 일일이 응대하면서 보냈다. 커뮤니티를 분리한 뒤에야 비로소 나는 좀 자유롭게 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토록 무거운 감정과 사고의 노동을 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 돌이켜보아도 신기할 지경이다. 홈페이지(커뮤니티)를 벗어난 까닭도 내가 더이상 그와 같은 중노동을 감당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나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고 그것을 즐기는 기분이다. 리뷰를 올리지 않는 까닭도 사실은 거기에 있다. 그 이외에도 공적으로 주어진 임무들로 숨이 턱까지 찰 지경이긴 하지만 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05-1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9-05-13 10:15   좋아요 0 | URL
맞아...
중노동이었어. ^^

L.SHIN 2009-05-1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고 그걸 즐기는 것, 찬성입니다.
저도 요즘은 그렇거든요.(웃음) 그렇기 때문에 요즘 들어 매일 알라딘에서 살 수
있지만.^^; 가끔은 대답을 못하거나 안할 수도 있는거죠.
꼭 뭔가를 기대하고 쓴다는 것은 상대에게 은연중에 압박을 주는 것이죠.
그건 정말 싫은겁니다. 자유롭게 오고가는 그런 커뮤니티, 그게 좋아요.^^

바람구두 2009-05-15 11: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