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지식e" 시리즈에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내가 홈페이지를 통해 하던 일과 어느 면에선 흡사한 컨셉이라 첫 방송이 시작될 때부터 주목해서 보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책은 뒤늦게 보았지만 교육방송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형식과 내용이라 이른바 국민"교과서"라 불리울 만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광고를 보니 이렇게 좋은 책이 고작 20만부 팔렸다고 한다. 단지 교과서라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책을 줄기차게 전국민이 달달 외울 지경으로 읽어대야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부수다. 신문 한 줄, 기사 하나 달랑 읽고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말씀하는 청맹과니들에 비하면 더욱 부족한 부수다. 그래서 방송이 힘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신문은 전방위적으로 자신의 논조를 구성하고 관철하기가 방송보다 쉬워서...아마도 그게 활자매체의 위력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MBC의 손석희 아나운서가 아직 푸릇푸릇한 아나운서였던 시절에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처음 방송인이 되고나서 그는 방송의 힘이 어마어마하다고 느꼈었는데 막상 방송을 하면 할수록 방송의 힘이 자신이 생각한 만큼 그렇게 큰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고 말.
오늘 KBS 정연주 사장이 검찰에 의해 전격 체포되었고, 각종 비리 및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되었던 재벌들은 죄다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른바 "재벌광복절"이란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KBS가 공영방송이라 말하는 것에 우선 KBS사람들이 좀더 부끄러웠으면 싶다. 그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고, 나름 좋지 않은 여건에서 공영성을 지켜내기 위해 여러모로 고생하고 있으리란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우리가 사수해야 할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냐는 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XX랄에도 불구하고 공감대보다는 억울한 심정이 더 든다.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도 그 나름대로 잘 버티었다는 마음, 다른 편으론 그가 맡았던 KBS가 과연 어떤 공영성을 지난 정권에서 보여주었던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정말 지켜내야 할 무엇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지키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지금 대통령은 전 국민의 70%가 넘는 사람들이 반대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해 놓고, 사과까지 한 뒤 청와대에 사람들 불러놓고, 그 "시위하는 사람들도 미국산 쇠고기 먹지 싶다"고, 그 사람들 "자식들은 미국 유학 보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앞의 말은 하도 말 같지 않아서 대꾸할 마음도 들지 않지만, 뒤엣말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서 듣는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나는 자식을 미국 유학 보내는 것 가지고도 시비 거는 대통령의 야비한 레토릭이나 언사도 한심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 혹은 그 이전의 정부와의 사이에 일정하게 선을 긋고 싶어하는 진보'연'하는 지식인들의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라는 언사에 먼저 선을 긋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방송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다 어느새 생각이 여기까지 미쳐버렸다. 생각하다 미쳐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