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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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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훈'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된건 몇년전 [한겨레21]의 인터뷰에서 였다. 당시 김규향과 최보은이 한 주에 한명씩 질펀한 대담을 나누는 '쾌도난담'이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손님으로 초대된 김훈을 보았다. 그 인터뷰의 제목자체은 위악인가, 진심인가였다. 제목대로, 인터뷰에서 김훈이 쏟아낸 언어는 그 진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부장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이었다. 결구 김훈은 그 인터뷰에 대한 [시사저널] 기자들의 반발에 당시 맡고 있던 [시사저널] 편집장을 사퇴했다. 그게 나와 김훈의 첫 대면이었다.

 기자로 잔뼈가 통뼈가 된 김훈은 어느날 또 사고를 친다. 데스크나 볼 지긋한 나이에 경찰출입기자로 한겨레에 들어간 것이다. 이전의 전력 때문인지 말들이 있긴 했지만, 김훈은 그럭저럭 기자생활을 했고, 나도 한겨레 지면을 통해 그의 글을 볼 수 있었다.

한겨레를 통해 본 김훈의 글은, 지난 번 '위악인가 진심인가'라는 인터뷰 제목만큼 김훈을 더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인터뷰에서 쏟아내었던 편향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과는 전혀다른, 인간에 대한, 일상에 대한, 민중에 대한 너무나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인터뷰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초기의 한겨레가 말도 안되는 민중주의를 설파한다고 비판하였다.)

 이 책은, 그런 김훈의 모습을 온전히 담고 있다. 문학담당기자로 출발해 깔끔하고 깊이있는 문체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필력을 선보이던 김훈의 속내. 소설에선 또렷히 접할 수 없었던 김훈의 모습이 이 책에선 손에 잡힐 듯 말 듯한다. 여전히 잡힐 듯 말 듯이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이지만, 남성우월주의라기 보다는 여성을 숭배하는 김훈이며 이런저런 거대 담론과 이론을 모두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지만, 누구보다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김훈을 보고 있자면, 정말로,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말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회의가 든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사람인 김훈.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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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넘어선 자본 리라이팅 클래식 2
이진경 지음 / 그린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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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문제가 되었던 그 시험(!)을 준비하느라 여유있게 책을 보지 못했다. 이 책도 지난 5월달 즈음에 사놓기만 하고 찔끔찔끔 책장을 넘기기만 하다가 이제서야 마지막장까지 넘길 수 있었다. 한동안 읽었던 책에 관한 리뷰를 꼼꼼히 했는데, 한동안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다보니 리뷰를 정리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이진경. 예전에 [사사방(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라는 걸출한 명저를 대학생 신분으로 발표해 운동권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그가, 그의 표현에 따르면 들뢰즈와 가타리를 거쳐 다시 맑스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들뢰즈와 가타리로 향했던 것이 모두 다시 맑스에게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하는 이진경은 [사사방]에서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 책을 통해 이진경은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부제를 단 [자본론]을, 부제에 충실하게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맑스의 경제학을 정치경제학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맑스의 경제학이 정치경제학처럼 보이는 것은 부제에 나타난 것처럼 '정치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해 정치경제학의 방법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맑스가 사용한 정치경제학 비판 방법은, 정치경제학의 논리적 허점을 메워 완전무결한 논리적체계를 갖추도록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후에, 그 논리의 전제(공리)의 모순을 폭로하는 방법을 통해 정치경제학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맑스, 맑스의 경제학에 대한 나름의 해석 외에도 이진경은 맑스가 [자본론]을 쓰게된 목적과 당시 상황을 고려하고 현재를 반영하면서 맑스의 이론을 더 끌고나가려고 한다. 마치 맑스가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해 정치경제학을 밀고 나갔던 것처럼. [자본을 넘어선 자본]이라는 책 제목은 그래서 붙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창조는 '처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의를 가질 수 있지만, 그 극복은 창조의 부족함을 완성형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더 어려운 작업이다. 마찬가지로 이진경의 이번 작업은 그 자체가 [자본론]을 완성형으로 마무리 짓지는 못하더라도 완성형으로 나가는 한 걸음을 내딛기는 커녕 오히려 잘못된 지향으로 방향을 틀어놓았다게 다수의 평가인 듯 하다.

특히 '기계적 잉여가치'는 적잖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핵심이다. 나조차도 기계적 잉여가치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지 또한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같은 이진경의 주장이 그다지 타당성 있어보이진 않는다.

오랜 시간을 끌며 책을 봤던 탓에, 역시 책 전반적인 흐름이 머리속에 남질 않아 밀도있는 책 이야기를 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단지, 이진경의 사유를 다시한번 따라가기 위해 언젠가 집중하여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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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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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웹서핑을 하던 중, 누군가가 이 책을 보고 '[GO]보다 활기차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보다 유쾌하며  [말죽거리 잔혹사] 보다 날카로운 소설'이라고 평을 했고, [GO]를 아주 유쾌하면서 즐겁게 보았으며,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터져나는 웃음에 허리를 제껴가면서 읽었고, [말죽거리 잔혹사]의 영상에 나의 고교시절을 오버랩 시키며 보았던 까닭에 너무너무너무 기대를 했던 소설이었다.

아아... 약간은 기대가 큰 면도 있었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유쾌하고 즐겁게 본 소설이다.

작가의 1969년을 그린 소설은-사실로 여겨지는데, 무라카미 류의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말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류인 것 같다.-베트남전이라는 국제적인 배경에, 몰락하는 전공투라는 국내적 상황에서 놀기 좋아하는 주인공이,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감행하고, 축제를 기획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박민규의 뒤통수치는 문투는 류에 대한 오마쥬라고 느껴질 만큼, 류는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놓다가 퍽~하고 뒤통수를 친다. 그래서 그걸 뒤늦게 느낄 때면 책을 그만 읽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짜증이 나기도 했다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너무나 재밌어서 죽을 뻔 했다. 바로 이런 식으로.

고교시절에 대한 서릿발같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을 끝없이, 지독하고도 악랄하게 괴롭히던 쓰레기 같은 선생들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그들 보다 재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제같은 삶! 그래서 언제나 즐겁게 살고자 하는 주인공은 바로 무라카미 류 자신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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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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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에... 뭐....그랬던거다.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유신시절을 겪지 않았던 사람은 전혀모를, 유신을 겪었던 사람들에게도 왠만해선 지우개 밑에 깔려 있을만한 오래된 단어와 '마지막'이라는 이유모를 안타까움이나 회한, 아쉬움, 절망, 끝,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을.. 등등의 다분히 부정정인 뉘앙스를 주는 단어, 그리고 '팬클럽'이라는 기쁨과 축제와 설레임과 기대, 떠들썩함, 광기 등등의 아주 신나는 단어가 뭉쳐진, 그래서 전혀 알 수 없을 내용일 것 같은, 그래서 아주 흥미진진해 보이는 이 책은,

한국 히피들에게 내려진 복/음/이/다.(한국에 히피가 있긴 있나?-라고 하면 할 말 없고)

그러니까.. 에... 뭐.....구태여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이 소설은 완벽하다. 왜 완벽하냐면, 소설의 내용이나 문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봐, 글읽기, 소설읽기는 그렇게 어려운게 아냐, 그렇게 심각하게 글을 독해하는게 아니라구'하며 말이라도 하듯이 조금이라도 글에 집중하려하면 '에헤헤.. 사실은 이거 다 뻥이야'라며 뒤통수를 때리고 만다. 물흐르듯이 글을 읽을때, 비로소 이 소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많은곳에서 함부로 이 책을 읽다간 실성한 사람처럼 비치기 딱이다. 또 다른 완벽함은 바로 독자와, 이 땅의 대다수인 소위 중산층이랄 수 있는 독자와 주인공이 완벽히 공명하는 조건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뭐 아님 할 수 없고. 나는 그랬으니까)

 

장난기 많은 어린시절, 프로야구 회원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이 회원인 팀을 죽어라 응원하고, 팀이 부진을 면치 못할때에도 '의리'때문에 팀을 버리지 못하고, 어느날 야구팀 순위와 부유층, 중산층, 서민층이라는 순위를 보며 소속의 중요함을 깨닫고,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소위 일류대에 들어가고, 젊어서는 이런저런 젊음을 또 불태우고, 그러다 군대갔다오고, 군대갔다와 막막함에 평범한 학생이 되고, 그래서 취업에 성공하는, 그런 아주 평범한 내용이 글의 2/3을 이룬다.(이런 평범한 내용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건 작가의 장난기 어린 탁월한 글쓰기 때문이다.)

그러다 IMF를 맞아 실직을 해 실의에 빠져있다가 오랜 친구로부터 실직이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에서 들어온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 즉 포볼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제는 쉴때라는 충고를 듣고, 그리고 그 옛날 삼미슈퍼스타즈가 보여준 야구는 미국이 한국에 이식시키려는 프로정신에 물든 야구가 아닌 진정한 즐기는 야구였다는 설명을 듣고, 그도 인생을 즐기게 된다는게 소설의 내용이다.

 

정말로, 정말로 평범한 얘기를 함으로써 작가는 이 평범함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글로써, 몸으로써 직접 보여준다.(궁금하신 분은 작가 프로필을 찾아보시라.) 아무런 꿈도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그저 그렇게 공부만 하다가 진학하고 취업하는게 얼마나 '재미없는' 인생인가.(물론 작가는 소설 속에서 하릴없이 인생만 즐기는 다른 인물을 통해 그것또한 재미없는 인생임을 보여주는 것 같긴 하지만)

 

진정 이 책은 한국 히피들에게 내려진 복음이다. 힘들고 지친자, 예수한테 가지 말고 이 책을 읽어보라! 그러면 새 인생이 보일지니! -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 그럼 박민규교(敎)가 탄생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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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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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인식하는 것에 자신을 남김없이 쏟아부었던 사람. 그래서 자신의 세계를 치밀하게 건설한 사람. 불 붙은 양초가 마지막엔 초가 아닌 심지를 태우듯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고 마지막에 자신의 생마저 그 불꽃에 내던져 버린 사람. 전혜린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 전혜린의 수필을 사후에 묶어낸, 시기적으로만 보자면 유작인 셈이다. 때문에 그 내용에는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전혜린의 면면이 드러나 있다. 이른바 열병(熱病)의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이 들었던 책이 있었을까? 마지막장을 넘기고 싶지 않다는 그런 느낌. 신국판 정도의 크기에 350여 페이지가 되는,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 책을 다 읽는데 약 열흘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마치 내가 그 열병에 전염되는 듯 했다. 인쇄된 문자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의미를 생각하는 동안, 내가 열이나는 그런 경험. 그 열병이 너무나도 부러워서 되도록이면 책을 아껴보고 싶다는 생각. 가능한한 천천히, 서서히, 그의 열병을 나도 겪고 싶다는 소망.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졌던 느낌이다.

 

흔히들 말하길, 수필은 삶의 쓴맛 단맛을 다 본 노친네들이 쓰는 글로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읽기엔 그다지 좋은 장르의 글이 아니라고 한다. 나 역시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야할 나이의 사람들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치열하게 자신을 불태우며 살아간 한 사람의 삶의 기록인 이 책은, 오히려 우리를 열병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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