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본능을 자극한다. 아니, 욕망이 더 적절한 표현일까. 표현하지 못하도록 억압된 본능, 그래서 욕망으로 전화된 그 욕구를 김영하는 자극한다. 신작 [오빠가 돌아왔다]에서도 그랬던 자극은, 어쩌면 애초 그의 시발점이랄 수 있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김영하의 글은 현실이라는 억압체계에서 누구나 가져봤을 만한 욕망, 금지된 본능을 꿈틀거리게 한다. 심사평(들)은 [나는 나를...]이 판타지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읽는이는 미리 그것에 동의를 해야지 온전한 긁읽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이기 때문에, 책 뒷편엔 간단한 심사평들이 같이 실려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허구라는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김영하는 오히려 그러한 방식을 통해 본능을 억압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또 다른 의미의 현실성을 갖는듯 하다.

[나는 나를...]에서 인물들이 가졌던 금지된 본능은, 사회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바깥으로  드러나선 안되는 욕망이 되었고, 그것을 드러내면 [오빠가...]에서 보여지는 속물근성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보면, 사실 우리 모두가 속물근성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서로 말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원하고 있는 본능이라는 욕구들이 아니었을까.

과도한 욕망과 자연스런 본능과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욕구, 남들보다 더 큰 욕망으로 나타날 때 핀잔당하는 속물근성이라는 꼬여버린 실타래 같은 측면 때문에 김영하의 글이 나에게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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