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와 넓이 4막 16장 - 해리 포터에서 피버노바(FeverNova)까지
김용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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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前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 철학과 교수.

표지 제일 앞장에 나타나있는 저자의 이력이다. 사실 내가 저자를 처음 본 것-물론 지면을 통해서이지만-은 한 주간지에서다. 서양철학을 전공하는 동양인. 게다가 서양인을 대상으로 서양철학을 강의하는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저자는 본인의 흥미(?)를 끌었고 주간지에 간간히 실리는 그의 글은 읽을때마다 작지만 오래가는 충격, 좀더 자세히 말해 조금씩 내 생각을, 시각을 다듬어 주었다. 때문에 누군지도 모를 철학자의 책이라면 전혀 시선을 끌지도 않았을 테지만, 김용석이라는 이름 석자를 보고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러한 저자 개인에 대한 기대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철학교수이지만, 많은 문화적 소재에서 철학이라는 딱딱한 질감을 걷어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한편으로는 절대 가볍지 않고서도 놓치기 쉬운, 그래서 은폐될 수 밖에 없었던 사실들을 드러내며 소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현실과 환상의 관계, 실제 현실의 일부로서 가상현실(virtual reallity)에 대한 시선, 과학과 친구되기, 그리고 함께하기, 공존을 위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제언등은 누구나 한번쯤은 흐릿하게 그려본 내용들에 대한 저자의 구체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자신을 작업을 시대의 세로지르기와 가로지르기를 넘어서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로지르기를 통한 전문성 확보와 가로지르기를 통한 내용의 풍부화. 책 이름이 깊이와 넓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히다. 더 이상 깊이나 넓이 하나에 집착해 고립됨을 자초하는 깊이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내실없는 넓이의 벌판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깊이와 넓이를 같이 더해가야 할 것이다.

거대담론만이 세계를 해석하고 변혁의 방법으로 추구되던 시기에서 본질은 변하지 않았을지라도 많은 방법들이 가능한 현재에, 사고의 유연함과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거나, 그 방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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