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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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옛날 이야기를 소재로 재미있는 추리 소설 한 편을 만들어냈다. 남들이 보거나 듣지 못하는 걸 느끼는 주인공 오하쓰의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어느 날, 오하쓰는 기름독 속에 죽은 아이를 보게 된다. 경찰 일을 하는 오빠와 다른 사람 부탁으로 같이 지내게 되는 우쿄노스케와 이 사건을 풀어간다. 그 과정에서 살인범은 귀신에 씌인 사람들이란걸 알게 된다. 귀신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쫓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다보니 백년 전의 사건이 중요한 단서로 나타난다.

오하쓰가 시체를 찾거나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은 머리카락이 곧두설 정도로 오싹하다. 아버지가 원하는 일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쿄노스케의 상황은 현재도 벌어지는 일이다. 외롭고 약하거나 마음에 독을 품은 사람에게만 귀신이 찾아든다는 사실도 나는 어떤지 돌아보게 만든다.

"나이토 야스노스케의 영혼은 시대의 권력에 선명한 저항을 보여 준 아코 무사들이나 깨끗하게 운명에 승복해 인내의 길을 선택하며 흩어져 간 기라가 사람들에게 지우기 어려운 증오를 품고 떠돌고 있다. 아코 무사 중 한 명의 손에 이 세상에서 쫓겨난 것도, 그들이 같은 입장에 있으면서도 자신과는 너무나도 행동방식이 달랐던 것에서 생겨난 얄궂은 운명이었다."라고 미야베 미유키는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 있던 읽는 사람에게 묵직한 돌 하나를 던진다. 글쓴이는 "부조리한 권력"을 가진 지배층에 때문에 피눈물 흘리는 개인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는지 어렴풋이 주장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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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데이비드 헌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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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장애를 가진 여성 사진작가가 남자들이 몸 파는 거리에서 작품을 만드는 중이다. 어느 날 자신의 피사체 중 한 명이 토막 살해를 당한다. 작가가 좋아한 피사체였기 때문에 주인공은 경찰에만 사건을 맡기지 않고 자신도 조사해 보기 시작한다. 사건을 알아갈수록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과거가 묘하게 엮이기 시작하고 점점 드러나는 피사체의 과거 또한 주인공을 혼란스럽게 한다.

중반까지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궁금함에 책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 사건이 어떻게 됐는지 읽는 사람이 눈치채고 나면 그 뒤는 이야기가 늘어진다. 아주 재미있는 책인데도 뒤에서 힘이 빠져 책을 덮고 나면 지루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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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링 코스모스 - 초끈 이론, M-이론, 그리고 우주의 궁극 이론을 찾아서
남순건 지음 / 지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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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과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궁금함을 풀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무엇 가를 만드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물리학도 인간 스스로 자연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물리학의 수많은 이론 중에 끈 이론을 설명하려는 책인 것 같다. 

  물리학에선 뉴턴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 여러 이론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이 보기에 모든 자연 현상을 설명할 궁극의 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낸 게 끈 이론이다. 옛날 사람들은 물, 흙, 불 바람으로 세계가 움직인다고 생각했고, 요즘 물리학자들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학 핵력으로 세계가 움직인다 생각한다. 그래서 네 가지 힘을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면 자연을 전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끈 이론이야말로 네 가지 힘을 동시에 설명하는 이론이라 주장하고 끈 이론을 대략 이해시키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끈 이론이 어떤 건인지 대략 맛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책의 유일한 미덕이다.  

 글쓴이는 모든 사람이 물리 현상에 궁금해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에서 책을 시작한다. 하지만, 배부르고 등이 따뜻하고 보통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갖춰야 학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에도 공식이 존재하는데 과연 글쓴이는 하나라도 알고서 저런 생각을 한 것일까. 물리 현상 이외에도 우리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게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또 다른 오만함은 물리학이 만들어낸 모든 결과물을 좋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핵폭탄과 원자력의 나쁜 점은 생각도 안 해 보는 것 같다. 글쓴이는 독자층을 전 국민으로 잡는 과도한 욕심 때문에 글의 난이도와 짜임새, 말투가 중구난방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아서 글의 흐름을 뚝뚝 끊어가며 중요하지 않은 신변잡기로 내용을 채운다. 그렇다고 신변잡기가 끈 이론을 이해를 돕지도 않는다. 자신이 누구랑 밥 먹고 이야기를 한번 해 봤는지에 대한 자랑이 대부분이다. 하찮은 신변잡기에도 동서양 차별이 존재해서 서양의 물리학자는 태어난 도시와 생년 월일까지 정확히 이야기하면서 중국 과학자는 두루뭉술 중국에서 태어났다고만 이야기한다. 논문처럼 글을 써서 읽은 이를 더 불편하게 하고 인용한 사진과 그림은 짜깁기를 해서 질이 떨어진다.  

  책 속에 글쓴이 닮고 싶은 폴 디랙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구소련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물리학에 대한 철학 강의 중 “물리학의 법칙은 수학적 아름다움과 단순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라고 칠판에 적었다. 그리고 과학과 시를 비교하면서 과학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반면 시는 정확히 반대로 가능한 적은 사람들을 이해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자신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의 정반대로 행동한다. 읽는 내내 끈 이론에 대한 내용은 그럭저럭 볼 만 했지만, 한국 교수 특유의 자랑질은 고통스러운 고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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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빙벽 밀리언셀러 클럽 35
트레바니언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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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살인청부업자에 관한 이야기다. 대학교수로 생활하지만, 자신만의 안식처 유지와 암거래를 통한 그림 수집 때문에 봉급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전의 경험과 연줄로 정부 기관의 의뢰를 받아 사람을 죽이고 돈을 번다.  

  주인공의 외모는 뛰어나지 않지만, 항상 여자가 꼬인다. 신체결함으로 사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몸에 쌓인 정자 배출을 목적으로 자위 대신 주변 여자들을 능숙하게 이용한다. 이웃집 아가씨는 종종 주인공의 빈집을 돌봐주는데,  

  주인공 앞에서 핫팬츠만 입고 옷 집을 헤집고 다닌다. 주인공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친구밖에 없지만, 의리를 중시하고 배신은 참지 못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거치적거리는 인물이나 자신의 눈 밖에 난 사람을 단숨에 해치운다. 하지만, 이야기 끝으로 갈수록 주인공은 점점 변해가고 나중에는 조용히 은퇴한다.  

  이야기 속의 공간이 미국과 유럽이고, 시간이 미소 냉전이 한창일 때인 것을 빼면 우리에게 익숙한 무협지 설정이다. 그래서 심심풀이로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다만, 제본이 안 좋아 책등이 쪼개지려 해서 약간 성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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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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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전직 킬러, 사랑하는 여인 등 상투적인 소재지만, 잘 버무리면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글쓴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배설해 버려 정신없는 이야기가 돼버렸다. 미국 의료계의 현실은 재미없고 전문 의학 지식은 너무 자주 등장해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진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배꼽을 자르면 다시 붙이기가 어렵다는 정도다. 책이 산만한 만큼 지하철에서 시간 보내기로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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