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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 - 동화 속에 숨겨진 사랑과 인간관계의 비밀
웬디 패리스 지음, 변용란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들어 기존 전래 동화들을 재 해석하는 책들이 몇개씩 나오고 있다.
재해석이라는 게 원래 작가의 주관의 개입된다는 것을 전제할 때, 어떤 관점으로
작품을 해석할 지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작품은 부제 '동화 속에 숨겨진
사랑과 인간 관계의 비밀' 에서 알 수 있듯이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인간 관계의 법칙을 주제로 삼았다.
웬디 패리스라는 지은이가 여자여서인지는 몰라도, 해석의 시선 자체는 여성적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동화는 신데렐라, 공주와 완두콩, 인어공주, 요정 이야기, 엄지
공주, 그레이스와 데릭, 푸른 수염, 미녀와 야수, 어부믜 그의 아내,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의 10가지인데, 동화 주인공 중 가장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신데렐라
이며, 가장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인어공주이다.
신데렐라가 칭찬을 받는 이유는 그가 매사에 긍정적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녀는 계모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밝은 미래를 꿋꿋하게 믿으며 억척스런 생활력으로
지냈고, 무도회 날 마법사 아줌마가 나타났을 때, 피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하지 않고
마법사의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파티에 혼자 가게 되면서도, 퉅툴거리지 않았고,
12시가 되자 홀연히 자기 일을 위해서 되돌아왔다. (현대적인 커리어우먼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 ) 왕자에게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애걸하지 않고, 왕자의 사랑을
확신했기에 그를 기다렸다. 진정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었다.
그런 반면, 인어 공주는 지느러미가 있는 자신의 외모를 비관했고, 물 속이 있는 자신의
거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왕자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왕자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화'인데,
그녀는 말을 포기하고, 외모를 얻고자 했다. 결국엔, 왕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해석에 나와 있는 소제목이 재미있다. '말 한마디 못하고 물거품이
되었네' -_-;;
인어 공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재미있기에 책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 본다.
1> 누군가 당신에게 유독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하라.
2>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데, 그 사람은 당신만의 고요한 개성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당신의 짝이 아니다.
3> 사랑을 추구하기 위해 정직하지 못한 술책에 의존하지 마라. 만일 그 전략이
어쩐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필경 문제가 있는 방법이다.
4> 절대로, 그 누구를 위해서든 자신의 혀를 잘라주지 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장점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만일 자신을 좀더 낮추기만 하면
로맨스가 당장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면, 지금 당장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라.
그는 절대로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 아니다.
5> 한순간의 이끌림도 중요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관계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진심 어린 의사 소통과 내밀한 감정의 교감이다.
6> 어느 정도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을 목표로 삼겠다는 생각을 품어보기
바란다. 그런 사람과의 결합이라면, 자신이 속해 있던 세상 전체를 뒤에 남겨
두고 매몰차게 떠나야 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7>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줘라.
그것이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법이며, 동시에 연인에 대한 예의다.
책의 서술 방식이 상큼하고, 분량이 많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9.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