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가방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의 순수 문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유명한 몇몇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빠지지 않고 읽는 편이다. 난 그들을 일본 문학 4인방(이건 내 멋대로 부친 
이름이다. -_-) 이라고 부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고, '무라카미 류'가 
있고, '요시모토 바나가'가 있고, '아사다 지로'가 있다. 국내 번역된 작품을 대부분
다 읽어볼 정도로 팬인데, 각각 4인 4색의 글의 특성이 있어서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무라카미 하루키 > 요시모토 바나나 > 아사다 
지로 > 무라카미 류 순으로 꼽을 수 있겠다. 

간혹 주류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독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작품을 만나게 되는 
수가 있다. 최근에 읽은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가 
그렇고, 이번에 읽은 바로 이 작품 '가와카미 히로키'의 "선생님의 가방"이 그렇다. 
그녀는 1958년 도쿄 출생으로, 늦은 나이인 36살에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는 다이나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해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서른여덟살의 여 제자와 은퇴한 교사인 선/생/님/ 과의 세대를 초월한 사랑이 기본
줄거리다. 차칫 그저 그런 불륜소설(엄밀히 말해서, 여 주인공은 미혼이었고, 
선생님은 아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불륜은 아니지만..)로 흐를뻔한 소설을
그 어떤 다른 작품보다 감동깊다고 느끼게 만든 것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문체의 
힘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주는 느낌을 책을 읽으면서 받았다. 

소설 내내 '선생님' 이라는 단어는 다른 여느 단어와는 달리 굵은 고딕체로 표기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는 하나의 고유명사로써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우화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데, '선생님'이라는 단어와 '가방'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 어떤 심오한 것을 상징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뭐를 상징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
선생님, 하고 부르면 천장 근처에서 가끔 스끼꼬 상,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일이 있다. 
유도후에는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대구랑 쑥갓을 넣게 되었어요. 
선생님, 언젠가 또 만납시다. 
내가 말하는 천장의 선생님도 언젠가 꼭 만납시다, 하고 대답한다. 
그런 밤이면 선생님의 가방을 열어 안을 들여다본다. 가방 안에는 텅 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저 망망한 공간만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 

결말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달라, 한편으로는 '어 작가에게 당했네'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문학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근래 보기 드문 작품인 듯..  

                                                                                        <4,27,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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