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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그늘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국화꽃 향기' 라는 유례없는 베스트셀러의 작가인 김하인의 신작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은, 사랑과 육체라는 흔치않는 소재를 줄거리로 삼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 작가의 일련의 작품들에서는 작위적인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시적인 문장이야, 보기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으나,
겉치장만 번드르한 (쉽게 말하면 화장빨이 진한) 여자를 연상케 한다.
확실히 이 소설은 순수 소설의 범주에는 못 넣는다. 한 마디로 대중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물론 그 경계를 어디로 삼느냐는 문학가와 비평가들의 몫이겠지만)
그런만큼 상업적인 (왠지 사람이 손수 만든 수공업적 형태의 문장이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문장처럼 느껴진다.) 코드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리고, 이 소설은 100% 남성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마음에 봉인된 몸을 가진 여자 주인공-인영-이 등장하는데, 이는 이른바 '순결 이데올로기'
에 대한 남성들의 환타지의 표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캐릭터다.
한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진실로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있다. 이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보다 다섯살이나 아래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
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원하고, 사랑한다. 여자의 남자 친구가 군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그리고, 그 여자의 몸은 봉인된다. 다른 남자의 손이 닿기만 해도 온 몸이 아프게
-지극히 비 상식적인!!- 된다. 그러나, 결국은..........
책을 읽을 사람을 위해서 줄거리를 다 밝히진 않겠다.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
우리나라의 말랑말랑한 대부분의 멜로물의, 특히 최루성 멜로물이 누군가
꼭 죽어야 하는 - 국화꽃 향기에서도 그랬다 - 줄거리에 비하면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겠
지만, 작가의 여성관이나 세계관은 지극히 마음에 안 든다.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읽긴 했다. -_- )
"이 소설은 '손'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음과 몸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마음과 몸은 별개인가, 아니면 다르게 불려지는 하나인가 하는 의문이 글의 출발점
이었습니다."
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 5,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