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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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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이 책이 어떻게 내 손에 와 있지?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에 특별한 거부감이 없음에도 유독 잘 읽지 않는 글이 있다면 essay다. 웬지 잘 모르는 사람의 잘 모르는 인생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서 내키지도 않고, 감동도 크게 다가오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을 잘 사지 않음에도 이 책이 어떻게 내 손에 왔는지 하필 최근 들어 정말 힘들고 마음 고생 심할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냥 마음을 달래고 잡념을 덜어내려고 편하게 읽어 내려가던 이 책에서 뒷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았다.

이 책 62쪽......

부처가 나타나면 부처를 쳐죽이고

조사가 나타나면 조사를 쳐죽이다가

아   뿔   싸

아직 나를 쳐죽이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네.

 

이 네 줄을 읽고 또 읽었다. 목소리를 돋구고 남 앞에 서서 세상을 살려고 발버둥쳤는데, 실제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나를 쳐죽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의 나를 쳐 죽여야 또 다른 내가 살아날 것임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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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꼬불꼬불 옛이야기 2
서정오 지음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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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돌보랴, 빨래를 하랴 너무 바쁜 엄마는 같이 놀자는 아이의 투정에 옛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꾸만 커지는 임금님의 귀, 귀가 자랄 때마다 부지런히 모자를 만들어야 하는 모자 짓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혼자 실실 웃게 되고 큰 비밀을 지키느라 답답해진 할아버지는 대나무 숲에서 큰소리로 외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짜증이 납니다. 사는게 복잡하고 힘들어서 나는 짜증인데, 괜한 심술을 딸에게 부리고 있습니다.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는 딸이 먼저 알아 차리는 것 같습니다. 한참 재미있어 지는 대목에서도 짐짓 딴척을 합니다. 그렇게 책 읽기가 끝났습니다.

입에 착착 감기는 글과 재미있는 표정이 살아있는 좋은 그림을 눈 앞에 두고도 딸과 저는 그렇게 무덤덤합니다. 딸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기로 굳게 마음 먹고 그렇게 하려고 무던히도 애쓰는데,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듯 합니다. 아빠의 다짐을 약간 손 봐야 하겠습니다.

'즐겁게 책 읽어주는 아빠되기'

 

우물가에 모여 웅성이는 사람들, 대나무 슾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 정말 재미있습니다. 대나무가 모두 베어 넘어지고 그 앞에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멀리 언덕 위로 높은 모자에 관을 얹은 임금님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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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1
김향금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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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이는 심심한 아이입니다. 일하는 아빠하고 엄마는 매일 바쁩니다.  건이의 엄마와 아빠는 건이를 외할아버지댁에 맡깁니다. 한달 후에 데리러 온다던 엄마, 아빠는 오지 않고 건이는 하루 하루 심술만 늘어갑니다. 어느날 잔뜩 심술을 부리고 혼날까 무서워서 숨은 곳은 다락방입니다. 다락방에는 온갖 탈이 있습니다. 컴컴한 다락방이 무서워서 탈을 뒤집어쓰고 노는 건이는 이제 외롭지도 무섭지도 않습니다. 탈을 뒤집어쓴 건이가 하는 말......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다락방에 온갖 탈을 모아두신 건이 외할아버지 덕에 여러 지방의 탈을 재미나게 구경했습니다. 뒤룩뒤룩 눈이 네개나 달린 방상씨탈, 말뚝이탈부터 미얄할미탈까지 각기 다른 탈춤판에서 사용되던 탈들을 모두 모아서 잘 보았습니다. 참, 책을 같이 읽은 딸에게 배운 것도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책 뒤에 나와 있던 탈 설명하는 부분에서 딸은 혼자 흥얼흥얼 노래를 부릅니다. '우짜 우짜 우짜라우짜짜 탈춤판을 벌여보자 난장판을 벌여보자~~~ 미얄할미 소리치니 영감님은 우물쭈물~~~'  '아, 이 노래 가사에서 나오는 미얄할미가 바로 이 미얄할미구나!'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습니다.

  저희 딸도 심심한 아이입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서 가끔 눈물도 훔치고는 한답니다. 그래서 건이를 보고 괜시리 마음이 측은해졌습니다. 얼마나 잘 살겠다고, 얼마나 큰 꿈을 이루겠다고 하나 있는 딸 자식 외로움과 심심함에 사무치게 할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맞벌이 부부에게 영원한 숙제일 겁니다. 하지만, 건이처럼 내 딸도 잘 이겨낼거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그 외로움과 심심함을 이기려고 혼자서 끙끙대는 모습을 전해 들으면 나도 모르게 '짜식~~'하고 대견한 마음이 듭니다.

  건이가 외치는 말에 혼자서 이렇게 답해 주었습니다. 마치 딸아이에게 하는 듯이......

  "나는 알지! 네가 누군지.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아빠 딸 정원이"

 

  정겨운 그림과 글로 다양한 탈과 탈놀이를 보여주신 김향금, 이혜리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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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미래그림책 24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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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표지를 보면 어서 빨리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과 제목이 주는 기대감에 펼친 책 속의 내용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느 나라인지 모를 시골마을의 가난한 한 가족의 일상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편안하게 읽혀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구만 마을의 버찌를 팔러 장에 따라 나간 주인공(야모)은 형 대신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형이 했던 일인데, 올해 형은 군인이 되어 전쟁에 나갔습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 이 책 마지막이 주는 비극을 예감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형 대신 장에 나간 야모는 자두를 파는 아빠보다도 먼저 버찌를 모두 팔고, 바할(봄이라는 뜻)이라 이름 붙인 아기양까지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가난하지만 조금씩 희망을 가꾸어 나가는 가족과 봄이면 버찌며 자두며 피스타치오 꽃이 피는 예쁜 파구만 마을이 마지막 장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모두 사라지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책은 1985년에 아프카니스탄을 여행한 고바야시 유타카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소련의 침공과 그 후의 내전이 가장 극심하던 때입니다. 책이 쓰여진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아프카니스탄은 여전히 전쟁상태 그대로 입니다. 그 잘난 부시의 군대가 스스로 테러지원 집단이라고 규정지었던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 또 끓어오르네"

전쟁은 모든 의미있는 것들을 소멸시킵니다.

전쟁은 어떤 의미있는 것들도 생산해 내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중입니다.

 

7살 딸에게 야모와 아기양 바할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구만 마을의 버찌와 예쁘게 색칠된 자연을 모두 없는 것으로 만든 이 책의 마지막 줄은 정말 읽어 주기 힘든 문장입니다.

"그해 겨울, 마을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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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떡 국시꼬랭이 동네 1
박지훈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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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무시라! 뒷간 귀신"

 

딸은 새로 산 책을 보고 움찔한다. 한참의 시간-아마 2달은 족히 묵혀둔 것 같다-이 지나고 나서야 귀신을 견디고 책장을 넘길 엄두를 낸 모양이다. 아니 더 이상 흥미를 끌만한 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책을 집어든 것일 수도 있다.

표지의 귀신 모습을 감당하고 나서야 펼친 책이어서 그런지 실제 책을 읽어 나가면서는 너무 재미있어 하는 딸을 보고 편집자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나처럼 얄팍한 생각-왜 이런 섬뜩한 그림을 표지로 쓸까? 그렇지 않으면 편하게 책을 집어들 수 있을텐데-으로 책을 만들었다면, 쉽게 접어들었다가 읽는 도중에 흠칫하여 덮고 말았을 거다.

엄마는 뜰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고, 준호는 허름한 뒷간에서 끙끙 힘을 주고 있다.

"뒷간이 뭐야?"

"화장실"

"왜 마당에 있어?"

"...... 옛날에는 그랬어......"

딸이 2번 이상 물어보면 항상 이런 식으로 말문이 막힌다. 30년 넘게 세상을 살면서 가장 많이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왜"라고 물어보는 어렸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새마을 세대인 나도 물론 어렸을때 화장실보다는 뒷간이나 변소라는 말에 익숙했다. 똥통에 빠진 경험을 가진 또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똥통에 빠진 액막이로 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는 이 책의 내용은 정말 생소하다.

똥통에 빠진 준호를 똥통귀신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할머니와 엄마의 정성으로 똥떡이 만들어 진다. 준호는 똥떡을 들고 마을을 돈다. '똥떡'이라고 외치고는 딸의 얼굴을 바라본다.

"똥떡, 똥떡"

딸은 신이 나서 따라 외친다. 똥떡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준호의 얼굴에는 근심보다는 즐거움이 넘친다. 똥떡을 큰 목소리로 외치는 나와 딸은 마치 준호랑 같이 언덕길을 뛰어 돌아오고 있는 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참, 아직도 밤에 실수를 하는 딸을 위해 떡을 만들어 돌려볼까?

"오짐떡은 오줌귀신에게 선물하는 떡이야. 오줌귀신이 오짐떡 먹고 집에 돌아가라고...." 이런 구실을 붙이면 딸도 재미있어 할 것 같은데, 이웃들이 도와줄지가 약간 걱정이기는 하다.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정겨운 그림과 재미난 이야기로 딸에게 즐거움을 준 작가 박지훈씨와 임재해씨에게 감사한다. '고무신 기차'도 참 재미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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