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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떡 ㅣ 국시꼬랭이 동네 1
박지훈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에구 무시라! 뒷간 귀신"
딸은 새로 산 책을 보고 움찔한다. 한참의 시간-아마 2달은 족히 묵혀둔 것 같다-이 지나고 나서야 귀신을 견디고 책장을 넘길 엄두를 낸 모양이다. 아니 더 이상 흥미를 끌만한 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책을 집어든 것일 수도 있다.
표지의 귀신 모습을 감당하고 나서야 펼친 책이어서 그런지 실제 책을 읽어 나가면서는 너무 재미있어 하는 딸을 보고 편집자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나처럼 얄팍한 생각-왜 이런 섬뜩한 그림을 표지로 쓸까? 그렇지 않으면 편하게 책을 집어들 수 있을텐데-으로 책을 만들었다면, 쉽게 접어들었다가 읽는 도중에 흠칫하여 덮고 말았을 거다.
엄마는 뜰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고, 준호는 허름한 뒷간에서 끙끙 힘을 주고 있다.
"뒷간이 뭐야?"
"화장실"
"왜 마당에 있어?"
"...... 옛날에는 그랬어......"
딸이 2번 이상 물어보면 항상 이런 식으로 말문이 막힌다. 30년 넘게 세상을 살면서 가장 많이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왜"라고 물어보는 어렸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새마을 세대인 나도 물론 어렸을때 화장실보다는 뒷간이나 변소라는 말에 익숙했다. 똥통에 빠진 경험을 가진 또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똥통에 빠진 액막이로 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는 이 책의 내용은 정말 생소하다.
똥통에 빠진 준호를 똥통귀신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할머니와 엄마의 정성으로 똥떡이 만들어 진다. 준호는 똥떡을 들고 마을을 돈다. '똥떡'이라고 외치고는 딸의 얼굴을 바라본다.
"똥떡, 똥떡"
딸은 신이 나서 따라 외친다. 똥떡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준호의 얼굴에는 근심보다는 즐거움이 넘친다. 똥떡을 큰 목소리로 외치는 나와 딸은 마치 준호랑 같이 언덕길을 뛰어 돌아오고 있는 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참, 아직도 밤에 실수를 하는 딸을 위해 떡을 만들어 돌려볼까?
"오짐떡은 오줌귀신에게 선물하는 떡이야. 오줌귀신이 오짐떡 먹고 집에 돌아가라고...." 이런 구실을 붙이면 딸도 재미있어 할 것 같은데, 이웃들이 도와줄지가 약간 걱정이기는 하다.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정겨운 그림과 재미난 이야기로 딸에게 즐거움을 준 작가 박지훈씨와 임재해씨에게 감사한다. '고무신 기차'도 참 재미나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