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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양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이 책이 어떻게 내 손에 와 있지?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에 특별한 거부감이 없음에도 유독 잘 읽지 않는 글이 있다면 essay다. 웬지 잘 모르는 사람의 잘 모르는 인생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서 내키지도 않고, 감동도 크게 다가오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을 잘 사지 않음에도 이 책이 어떻게 내 손에 왔는지 하필 최근 들어 정말 힘들고 마음 고생 심할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냥 마음을 달래고 잡념을 덜어내려고 편하게 읽어 내려가던 이 책에서 뒷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았다.
이 책 62쪽......
부처가 나타나면 부처를 쳐죽이고
조사가 나타나면 조사를 쳐죽이다가
아 뿔 싸
아직 나를 쳐죽이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네.
이 네 줄을 읽고 또 읽었다. 목소리를 돋구고 남 앞에 서서 세상을 살려고 발버둥쳤는데, 실제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나를 쳐죽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의 나를 쳐 죽여야 또 다른 내가 살아날 것임을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