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잔칫상이랄까..

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라 불리운다는 니키 에츠코의 처녀작. 이렇게 꽤나 화려한 수식어에 비해 내용은 정말이지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조금 신선하다'고 말할만한 점이라면 남매탐정이라는 것 정도일까.

니키 유타로와 에츠코 남매는 원래 묵던 곳에서 쫓겨나게 되어 오빠 유타로의 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히코자키'의원의 딸인 어린 여자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대신 월세를 반만 내기로하고 2층방을 빌리게 된다. 히코자키의원은 2층짜리 건물이고 그 오른쪽에 단층집이 함께 있는 형태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과 의원집 식구들 그리고 사건의 시작이자 중심이 되는 케케묵은 방공호가 등장하는데 이이상 본문의 내용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생략하겠다.

사실, 책이 쓰여진 년도나 글의 도입부분에서 얼마전에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나 본서의 작가를 주로 설명하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연상하고 말았는데 이런 비교자체도 무의미하겠지만 그보다 훨씬 수수하달까 밋밋하달까. 아무튼 '집안 누군가'의 실종과 살인사건이 일어남에도 좀처럼 (어찌된 이유에선지) 긴장감이나 긴박함을 느낄 수 없어서 참 답답하기만 했다.

작가의 처녀작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책을 처음 접해본 나로썬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남매가 추리를 하는 부분도 너무나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독자의 상상과 추리를 어느정도는 방해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 결말보다 더욱 부풀려진 것만 같은 제목의 "고양이"나 책 곳곳에 나오는 집안 평면도를 비롯한 그림들은 마지막에 가서 피슉- 하고 기운 빠지게 만들었다. 사건의 해결 부분도 너무나 급작스럽고 살인의 동기도 어쩌면 평범하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전달방식과 트릭이란 것도 충격을 전달하진 못했으니 이래저래 참 아쉬운 미스테리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을들어 책을 좀 많이 읽은 것 같아 어제 문득 정리해보니 9월달에 읽은 책이 이걸로 아홉 권. 한달에 열권을 읽는 것도 보통 힘든일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게 이번 달 마지막 독서라고 생각하니 더욱 아쉬운 걸 어떻게 달래볼까.. 맘이 좀 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