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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책을 읽는 중에, 엄마가 책 제목을 보고 살짝 인상을 찌뿌리셨다. "왜 밝은 집이 아니고 검은 집이야? 제목만 들어도 이상하네~" 라고 덧붙이시며 못 볼거라도 본 듯한 찜찜한 표정이었다.
그렇다. 제목에서도 풍겨나오는 검은 집의 음습한 기운. 바로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서평을 읽다보면 편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기에, 이번만큼은 억지로 궁금증을 꾸욱꾹 찍어누르며 과감히 구입해버렸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미스터리에 발을 디디며 나름대로 많은 작품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자만은 금물이다. 기시 유스케. 굉장히 낯익은 이름임에도 직접 읽기까지 꽤나 오래걸렸다. 어두운 제목만큼이나 칙칙한 이야기로 나를 벼랑끝으로 밀어내 버리진 않을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보험에 관련 된 배경이 등장했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알게되면서 자연스레 '사회파 미스터리'?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미여사라면 이런 배경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표현했을까를 떠올리는 동시에, 과연 그럼 이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긴장을 하며 천천히 나도 이야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 어디에서든 있었을 그런 얘기였기에 더욱 섬?한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경제가 흔들리면서 보험금을 노린 사고가 연일 뉴스에 보도되곤 했었다. 자식의 손가락을 자르기도 하고, 자해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청부살인도 있었다. 역시 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생물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작중에, 인간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장황하게 등장하는 부분이있다. 물론, 살아있는 사람이 사람의 습성과 심리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인데, 주인공들은 생각보다 딱딱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성질 급한 나 같은 독자는 마구 페이지를 넘겨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직접적인 공포는, 그다지 큰 공포로 와닿지는 않는 것 같다. 무섭다는 얘길 너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범위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버리는 바람에 김이 좀 샌 것도 사실이고. 유혈이 낭자하는 호러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깜짝깜짝 놀라며 인상을 잔뜩쓰고 책장을 넘기긴 했지만.
미미여사님의 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그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