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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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얼마간 도서관에서 여러사람의 손을 탄 묵은 책이나, 새 책 중에서도 하드커버 양장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겨울엔 제법 중증의? 수족 냉증이 있는 내 탓인지 어느쪽으로든 반양장의 빳빳한 새 책은 꽤나 힘겨웠다. 그럼에도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쁨에 손가락이 거의 보랏빛이 되도록 차마 손에서 떼지 못하고 읽었다. (더구나, 페이지 질감이 너무 좋기도 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항시 그렇듯 본인 스스로가 바보스러워 보일 만큼의 찬사외에는 솔직히 다른 평을 감히 할 여지 조차 없기에 감상을 쓰는 것조차 버거움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부득불 적어내리고 있는 것은 혹시 아직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책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가 있을까- 내가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이다. 이렇게되면 또! 사족이 길어지겠지만 내가 일본 미스터리에 관심을 갖게 된 불과 1년여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국내 출간작들과 그에 따른 감상평 등을 보고서도 선뜻 손 대기가 저어되었던 것은 미스터리 물이라고 보기엔 다소 서정적인 제목들과(이것도 겨우 편견에 불과하고) '여류작가'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허허...)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빨리 접하지 못한 것이 그저 안타까울뿐이라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혹은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고 추천하고 싶은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 (몇 자라 하기에 너무 길어진 감이 있지만..)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수식어를 반드시 달고 다니는 이 작가는 사회적인 부분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시대적인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회 속의 어두운 일면을 배경삼아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결코 비난하거나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선과 악을 단정적으로 구분지어 얘기하기보단 오히려 사회라는 거대한 테두리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매우 애정어린 시선으로.
 
'마술은 속삭인다'는 제목만 듣고서도 짐작이 되듯 이번엔 최면술에 대한 이야기다. 전작 '이유'만큼 방대한 사람들의 연결고리는 아니지만 제법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는데, 역시나 흠잡을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이야기의 첫 장에서 맨션 옥상에서 투신 자살을 한 여성의 기사와 플랫폼에서 전철에 몸을 던진 역시 젊은 여성의 기사가 나온다. 이것은 미심쩍은 부분이라고는 전혀 없는 자살사건. 그리고 이 기사들을 스크랩 하고 있는 '어떤 인물'의 하얀손. 점점 미스터리가 가득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구사카 마모루는 아버지는 공금을 횡령한 채 사라져버렸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모네 집에서 살고있는 소년이다. 어느날 밤, 불길한 꿈을 꾸고 잠에서 깬 마모루네 집에 비보가 날아든다. 택시운전을 하는 이모부, 아사노 다이조가 인사사고를 낸 것이다. 이모부의 무죄를 입증하기위해 조사를 시작하게 된 마모루는,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사건 속으로 자신도 모르는 채 휘말리고 만다.
 
미스터리라는 틀 안에서 작가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사건과 범인과 결과를 이야기하기 보단,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와 정서를 생생히 전달해주는 쪽을 택하면서도 결코 미스터리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가 가진 힘이며, 독자들이 미미 여사를 칭송하는 이유일 것이다. 책속에 깜찍하게 숨겨진 "미미 여사 파이팅!" 이라는 외침에, 나도 마음을 담아본다. 미야베 월드의 첫 포문을 열게 된 것을 뒤늦게나마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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