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코가 돌아오다!!!!

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학교'라는 공간안에는 누구에게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근거없는 전설들이 난무하곤 한다. 때론 무용담이기도 하고 으스스한 공포를 주기도 하는 그 이야기들은 해를 거듭하면서 그 몸집이 점점 거대해진다. 눈으로 확인하거나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허상'의 존재이기에 그 흥미가 더해지는지도 모를 일이고 학교안에서의 즐거움이래봐야 뻔한 일상속의 조그만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나는 이야기를 접하는 아이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그런 얘기가 어딨냐며 부정으로 일축해버리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과장되게 각색하여 이야기의 몸집을 부풀려주는 이야기꾼 같은 부류나 실체를 제 손으로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탐험가도 등장한다.

이건 사족이지만,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그런 괴담이 존재했었다. '7대 미스터리'라는 이름만 근사한 그것은, 몇 번째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을 한 누군가가 귀신이 되어 야간자율학습 때 혼자 화장실에 가는 녀석을 노려 데리고 간다는 둥, 교장실이 있는 복도에 걸려있는 인물화가 자정만 되면 입을 열어 말을 한다는 둥, 학교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순신장군의 동상이 학교 뒤 작은 동산에 있는 거북이 동상과 결투를 한다는 둥.. 뭐 그런 아주 시덥잖은 이야기들이었으나, 이것보단 '7개의 미스터리를 모두 알게된 자는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대전제가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더랬다. 물론 이것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떠도는 0.01%의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기들은 일정기간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머물게 되는 학교라는 닫힌 공간안에서 하나의 집합체를 이루기위한 구심점이나 이벤트로 손색이 없는 것이다. 삼년에 한번씩 지명되는 '사요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종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선택이 되고나면 그 지명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새학기가 시작되는 첫 날 아침에 자기 교실에 빨간꽃을 꽂으면 그 해의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섯번째 사요코의 해에 전학을 온 아름답고 매력적인 전학생 '쓰무라 사요코'의 등장으로 학교는 일순 기묘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사요코의 해에 사요코란 이름을 가진 그녀의 전학은 정말 단순한 우연인가. 교실에 놓인 빨간꽃을 보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사요코를 보며 독자도 함께 천천히 천천히 그 미스터리 속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끝을 보기전까진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의 중반까지는 기묘한 '사요코'의 존재에 대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도록 최대한 으스스한 느낌을 살려가며 진행되는데, 결말에선 그런 부분들이 살짝 흔들린 느낌이다. 사실, 이런 기담류의 미스터리는 어떤 결말을 마주치게 된대도 쉽게 납득하거나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거라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작가가 아닌 "온다 리쿠"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상상했던 마지막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그럼에도 섣불리 실망이란 단어를 언급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이 작품이 온다 리쿠의 처녀작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읽어야할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