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와이
사토 쇼고 지음, 윤덕주 옮김 / 엔북(nbook)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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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실로 그 찰나의 시간을 둘러싼 이야기다.                                                                               그 찰나의 시간이라도 이 손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 그 날 그 시각에 일어나 버린 과거의 사실을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 있다면, 긴 인생 가운데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바랐을 기적을 진심으로 바라왔던 남자의 이야기다.

1980년 9월 6일. 오후부터 내린 비가 계속 되던 저녁 7시 10분,
청년은 시부야 역 플랫폼에서 어떤 여인을 보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올라탄 전철이 시모키타자와 역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왔을 때 그저 적당한 곳에
함께 내려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청년의 바람에 여자도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전철 문이 열렸을 때 앞서 플랫폼에 내려 선 것은 청년이었고 뒤따라
그녀가 내린 순간 앞쪽인 플랫폼과 뒤쪽인 전철 안에서 동시에 튀어나온 두 목소리가
그 둘의 운명을 크게 갈라놓았다.
청년은 앞에서 나온 목소리에 반응했고 여자는 뒤에서 나온 목소리에 반응했을 뿐이었고
그녀는 다시 전철안에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전철은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역이 아니라 건널목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던 트럭을 향해-
 
그리고 18년이 지난 1998년 8월. 아키마 후미오는 어느 비 내리는 밤에 이상한 전화를 받게 된다.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자신을 밝힌 기타가와 다케시. 절친한 친구였다는 설명에도 무엇하나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사내는 개인적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게 있다는 부탁을 해온다. 그리고 완강한 거절의 뜻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읽어주길 바란다던 이야기를 그로부터 사흘 뒤에 손에 넣게 된다.
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플로피 디스크 하나와 봉투 속 현금 500만엔 그리고 비닐케이스에 담긴
예금통장과 도장. 명의자는 본 기억이 있는 여자의 이름으로 되어있었다. 니시자토 마키.
플로피 디스크 안에는 믿지 못 할 이야기가 담겨있었다.18년을 역행 해 두 번의 삶을 살고있다는
기타가와 다케시. 1980년 9월 6일의 사고로 뒤틀려버린 여자 미즈가키 유미코의 인생을 바로잡아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는 전철이 도착하고, 승객이 엇갈리고, 발차 벨이 울리고, 문이 닫히고, 다시 전철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찰나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녀를 살리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그로 인해 그 사고와 연관되고 기타가와 본인과 연결 된 나머지의 운명이 어긋나고 뒤틀려 버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는 못했다.
마치 알파벳 Y의 윗 부분처럼 어느 한 순간의 시점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진 삶을 살고있는 기타가와 다케시.
아키마는 그가 말하는 두 번째 삶에서, 그 과거의 인연들이 어떤 형태로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있음을 확인하며 존재하는 증거보다 마음으로 그 내용을 받아들이게 된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소망해 보았을, 아니 적어도 내가 열 번 이상으로 꿈꾸었던 과거로의 역행.
그러나 완벽히 소망하던 미래를 그려내지 못하고 무수히 많은 착오를 겪으며 18년이라는 시간의 틈에 갇혔는지도 모를 기타가와. 그는 25세이던 1980년대로 돌아가서 43세의 중년으로 삶을 거듭살아간다. 단 하나, 자신을 믿고 역행의 그 순간까지 함께이던 친구 아키마를 그리워하며.
 
상상은 즐거울 수 있다. 절대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되면 역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장르가 모호하긴 했지만, 읽는 내내 즐겁고 안타까웠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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