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6
이사카 코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사카 고타로. 이 유쾌한 작가는 아무래도 "단편인 척 하는 장편소설"류를 좋아하는가 보다.

모처럼 주말 아침부터 서둘러 서점에 도착했는데, 화창한 날씨만큼 기분도 상쾌하게 만들어 준 책을 만나 더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허공에 날리며 혼자 웃어본다. (사실, 썩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종종 터져나오는 웃음을 양손으로 꾸욱 틀어막고 어깨만 들썩여야 하는 고통도 감수해야 했으므로- 덧붙여 하나 더 말하자면, 우아하게 커피숍에 홀로앉아 읽기엔 부적절한 선택이라는 것- )

다양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 총 천연색의 '진나이'는 마치 현실을 초월한 듯한 절대자의 위치에 서있다. 장난기로 똘똘 뭉쳐있고 평범함을 탈피하려 애쓰는 그. 그를 통해 보여지는「칠드런」은 모두가 공감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또한 진정한 칠드런이었던 진나이가 성인으로 성장하고서도 그 때의 그 괴팍하고 엉뚱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흔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 것 처럼 세월이 흐르고 나면 자연히 자신이 칠드런이었던 사실자체를 모두가 잊고 살아가게 되는데 진나이는 그런 점에 있어서 더없이 절대적으로만 느껴진다.

작가가 진나이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단수로 쓰일 땐 child이지만, 여럿이 모이면 child's'가 아닌 children이 되는 것 처럼 마치 하나로 묶어서 정의 내려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각각의 이야기의 화자는 모두 다르다. 그렇지만 결국은 진나이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 단 하나도 어긋나거나 어색하지 않게, 작가는 그것들을 모두 한 곳에 잘 어우러낸다. '성장기에 읽으면 좋겠구나, 정확히 이해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 시기에 내가 이사카 고타로를 만나지 못 했음을 한탄한다. 그리고 또 하나. 모두가 꼭! 한번쯤 읽었으면 좋겠을만한 책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일이 비평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오늘도 둔하게 느깃거리는 머리와 감정을 탓 해본다.

 

 

진나이를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의 아버지. 훗날 그의 얘기로 알 수 있는 그 갈등의 해소는.. 그의 말처럼 '주먹으로 때리고, 모든 것을 날려버린' 그것이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그저 케케묵은 오해의 소거였을까. 이 대단한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또 하나의 숙제와 가슴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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