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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일전에도 몇차례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고심끝에 포기한 책이었다. 일단 구입을 포기한 이유인 즉슨, 내가 워낙 감정의 후유증이 길기 때문인데 감정적으로 조금 약한 기분일 때 우울한 책을 읽고나면 꽤나 오랫동안 허우적거리는 경향이 있어서 똑같은 책이라 해도, 때를 가려가며 읽는 습관아닌 습관이 있다. 그런데도 그 날 오전은 특별히 컨디션이 좋기도 했고, 오랜만에 책 냄새 가득한 서가들 사이에 있자니 향수아닌 향수까지 밀려와 상당히 낭만적인 기분이기도 했더랬다. 그래서 과감히 책을 선택하고는 펼치기 무섭게 단숨에 읽어버렸다. (속독을 주로 하는 내 독서 버릇은 참 나쁜 편이란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있는데, 읽다보면 어느새 읽고있는 바로 그 다음 문장이 궁금해져서 나도 모르게 속도가 붙어버리는 거다. 참을성도 없고 급하기까지 한 성격이 이럴 때 정말 문제가 된다.)
당시 내가 읽고 있었던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었다. 전 3권 중에 2권을 막 돌입한 찰나였고, 독서하기에 부족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끝끝내 손에 쥐고 읽을 정도로 문체나 사건의 흐름이 단연코 최고라고 생각했다. 사족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얘기를 하는 까닭은 그 순간 "모방범"에 대한 독서의 흐름이 뚝- 끊어져 버려, 책꽂이에 얌전히 꽂아 두도록 만든 그 결정적 원인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고독'이란 단어와 인간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다. 사람들 틈에 섞여 웃고, 떠들고 있는 그 순간에도 사람은 고독을 느끼는데, 자아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 하기 때문이 아닐까. 본인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본인을, 나 아닌 누군가가 이해하고 끝까지 받아들여 주리란 확신이 없음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회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작가는 잘 짚어주고 있다. 혹시나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지만 편의점과 혼자서 살고 있는 젊은 여성의 연쇄살인이라는 소스가 바로 그 절정을 보여주는데, 죽은지 한 달도 넘어서 발견되는 독거인들의 죽음이 종종 뉴스에 보도되는 현실을 보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났고 또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글이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음악을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준페이.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형사가 된 아사야마. 고독이 병이 되어버려 억지로 새로운 가족을 만들려는 연쇄살인범.
'고독'을 화두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가의 역량을 정말 대단하다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점을 세 개밖에 줄 수 없었던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여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 현대에 와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과거와 같이 타당한 이유에 따른 살인은 점점 줄어들고 우발적이며 무차별적인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가 들고 있다지만. 굳이, 고독한 연쇄살인범을 들어 현대적 병폐라는 식으로 사건을 표현했다는 점에 있어서 씁쓸한 뒷 맛을 해결할 길이 없었다. 고독한 삶은 살아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다만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개인적인 문제인데, 나약한 정서라해서 살인이 정당화 될 수도 없거니와 동정할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물론 작가가 표현하려 했던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수많은 독자 중의 단 한사람인 나의 입장에선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 뿐이다.)
전통적인 미스터리는 박진감이 조금 떨어지는 어려운 문체와 설정이 걸림돌이라면, 현대적 미스터리는 개운하거나 뒷 맛이 깨끗한 스토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 어쩌면 이건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현실과 사람 자체가 공포스러운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