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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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를 둘러싼 논의는 다양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예멘 난민 입국, 성소수자,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집회에 관련된 논의는 온·오프라인 공론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렇지만 일부 날선 반응들에서는 편견과 차별이 정제되지 않은 채로 쏟아지기도 했다. 김지혜 작가의 책 ' 선량한 차별주의자 '에서는 편견이 내재된 언어를 살펴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있는 그대로 환영받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구조적 차별은 이렇게 차별을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미 차별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할 때, 누군가 의도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차별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불이익을 얻는 사람 역시 질서정연하게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불평등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간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2019 , p.74



 우리의 일상에 내재된 차별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기에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인식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기 전 인권 감수성에 관련하여 다양한 책을 읽었으니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관해 어느 정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또한 일부 영역에서 특권 의식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p.79) '는 주장에 공감한다.




 24년 12월 7단원 국어수업 시간에 올바른 우리 말의 사용을 학습하면서 일부 모둠에서는 비속어 사용 실태를 조사하였다. 비속어의 어원을 살펴 보고 그 용어를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를 탐색하였다. 특히 병X 등의 용어를 조사하고 뜻을 설명하였는데 일부 학생들은 그 용어가 언급될 때 웃기도 했다.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용어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속상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낀 점을 발표하였다.




 차별을 인식하지 않고 불평등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성과주체의 소진을 불러온다. 불평등한 사회 안에서는 일정 지위에 올라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데 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지속적인 노력을 강요받는다. 끊임없는 생산성의 요구는 자아를 소진시키고 우울감 등의 신경증적인 질병을 야기한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 가진 다양성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은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 '으로 나아갈 것을 권유한다. 내 안에 그어진 선 밖의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열린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을 소망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나의 삶에서 겪는 문제가 크고, 불편했던 경험들이 주는 부정적인 인상은 떨쳐내기 힘들다. 그렇지만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모든 사람들은 존엄하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의 중요성을 실감하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이제 '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을 성찰하고 습관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책임(p.189) '이 있다는 것을 안다. 부당한 표현이나 농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나 스스로도 차별의 언어를 쓰고 있지 않은지 경계할 것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방향이라는 것에 동의하므로 나의 경계를 허물고 생각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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