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색연필 스케치북 / 행복한 엄마 다른별 아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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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조그만 별 하나 품고 있다는 걸 누가 알까." 라는 음악은 내가 딸아이를 가졌을 때 즐겨 듣던 태교음악이다. 가사가 참 예뻐서 항상 배를 어루만지며 "사랑아 넌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야. 내게 와 줘서 고맙다." 말했던 기억이 새롭다. 생각해 보면 그 짧은 가사 한 줄이 내 아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애초부터 나와는 다른 행성에서 존재한 생명체. 그래서 반드시 나와는 다르고 다를 수 밖에 없는 숙명적인 이방인이 내 사랑하는 아이인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난 때로 "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어수선하니?" 딸아이를 꾸짖는다. 나와 닮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세상 모든 엄마들의 공통된 고민은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선의 끝도 모르겠고 이해의 한계도 알 수 없는 모호한 관계. 그것이 부모와 자식의 운명인 건 아닐까.                                                                                                                                                   

 하지만 때로 이런 나의 투정이 사치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건 병명을 알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조카를 바라볼 때이다. 3살 정도의 지능과 약간의 의사표현, 밥을 서너번 오물거리며 삼킬 수있는 정도의 약하디 약한 그 아이는 14살이 지금도 "아아바" 하고 아빠를 부른다. 애당초 이 아인 우린 은하계가 아닌 다른 은하계에서 온 아이가 분명하다. "별이" 처럼 말이다.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소중한 아이들도 우리 은하계에서 온 아이와 다른 은하계에서 온 아이들도 나눈다면 우리가 정상인의 범주에 넣지 못하는 수많은 장애아들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또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 느끼는 괴리감과 자괴감, 당혹감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때로 tv를 통해 소개되는 자폐아들의 모습에서 우린 그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 깊이는 얼마나 될까. 솔직히 그들을 보며 난 얼마나 이기적인가를 깨닫곤 하는데 그건 "우리 아이가 정상인이어서 정말 다행이다."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 때이다.  

 "행복한 엄마 다른 별 아이"라는 책을 읽으며 또다시 이기적인 나를 발견하였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자폐아인 별이를 키우며 하루를 전쟁치르듯 살아가는 별이 엄마를 보며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울 딸내미 혼내지 않고 키울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몇 번을 되뇌였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 감사하고 만족하려는 마음이 움찔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읽는 책이 육아서라면 이 책이야 말로 최고의 육아서라 생각된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욕심을 부리겠는가... 그렇게 내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인정하게 되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또한 자폐나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겐 더없이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반인들과 자신들 사이에 작은 이해의 통로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나역시도 전문용어나 생활에서의 힘듬을 많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직 5살 어린 나이지만 내 아이에게 꼭 일러 두고 싶은 말이 있다. "서빈아 우린 모두 외계인이야. 그러니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야만 해. 그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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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으로 학교 간 날, 유진’s 뷰티 시크릿>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진’s 뷰티 시크릿 - 여자 유진이 말하는 일상의 뷰티 아젠다
유진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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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다섯의 난, 거울을 보는 것이 때로 곤욕스럽다. 도저히 내 얼굴이라 믿고 싶지 않은 칙칙한 피부에 눈밑의 다크서클은 왜 그리 선명한지... 꺽어진 70엔 열정도 피부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일까? 평소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뷰티관련 서적들을 눈팅하고 있던 나에게 아주 정직한 책이 다가왔다. 유진"s 뷰티 시크릿!!! 이쁘고 맑은 피부의 그녀가 자신의 비밀을 알려 준다는 것이 조금은 설레였다고 할까? 난 엄청난 뭔가를 기대하고 말았다. "나도 이 책만 읽으면 도자기 피부가 될 수 있을꺼야 암. ^^" ... 나의 조바심이었고 성급함이었다.  

 유진은 말한다. "꾸준히 노력하고 관리하고 가꾸세요. 제가 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비밀은 그것이었다. 꾸준한 자기 노력. 그래 하지 뭐.근데 조금은 귀찮다 ㅠㅠ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러나 노력과 시간의 크기는 너무나 차별적이다. 우리는 유명연예인처럼 한달에 500만원하는 피부관리도 받지 못하고 전문 트레이너에게 코치를 받을 수도 없다. 꾸준히 진화하는데 우린 물질적으로 풍족한 투자를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그런 연예인의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와 몸을 원한다. 꿈과 현실의 괴리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자아는 위로받고 싶다.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가 그립다. 하지만 여기 그 위로가 있다. 유진의 뷰티 시크릿.  

 물론 유진이라고 그런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활속에서 누구나 할 수있는 시크릿도 함께 이야기한다. 그 점이 나를 매혹한다. 솔직히 말해서 돈만 많다면 이런 책 읽을 필요없다. 좋은 피부과, 뷰티샵, 헬스트레이너에게 나를 맡기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없는 돈 쪼개서 내 열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우린 발품을 팔아야 하고 손아귀와 팔목의 힘이 적극 필요하다.그리고 누군가가 하고 있을 평범한 진리의 뷰티 팁도 필요하다. 우리가 뷰티 서적을 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바로 유진이 그 팁을 알려준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도 곁들여. "나도 여러분과 똑같아요. 살찌는 거 고민하고 피부 트러블 생기면 고민하고." 그녀의 고백은 친밀감을 형성한다.  

 옆집에 사는 이쁜 동생같은 그녀의 이미지와 잘 맞는 책이다. 편하게 읽을 수 있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다. 자신감도 생긴다. 지금 거울을 보며 서글퍼 하는 우리 줌마들, 유진만큼이라도 노력해 봐요. 하루에 물 3,4병 마시는 것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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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으로 학교 간 날, 유진’s 뷰티 시크릿>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알몸으로 학교 간 날 꿈공작소 1
타이-마르크 르탄 지음, 이주희 옮김, 벵자맹 쇼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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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르가 학교에 갑니다. 가방을 메고 빨간 장화를 신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채로.하지만 아무도 피에르에게 이상한 시선을 보내진 않는군요. 평상시와 다름없이 교실로 향하고 발표를 하고 친구들과 지냅니다. 어른인 저의 시선으론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어른이 아니라 여기가 대한민국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이 책에 붙어있는 은박딱지때문입니다.-차이를 인정하는 프랑스식 성숙한 배려. 도대체 프랑스식 배려는 무엇이고 성숙함의 미숙함의 기준은 무엇인지...) 

 이 책의 줄거린 아빠의 작은 실수로 알몸으로 학교에 간 피에르가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마치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물론 교실에서 피리새 사건이며 수도꼭지 사건같은 재밌는 일들도 있었지만 말이죠. 아이들은 알몸으로 등교하는 피에르를 보며 "빨간 장화가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합니다. 선생님도 아무 말 없이 미소로 피에르를 맞아줍니다. 그리곤 피에르의 알몸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작은 새와 수도꼭지에 대한 대답을 시킵니다. 신나게 체육도 하고 점심엔 오줌냄새나는 아스파라거스도 먹습니다. 미술시간엔 반아이들이 그린 알몸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 그림에 조금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는 피에르. 결국 나뭇잎을 찾으러 갔다가 이쁜 녹색 장화를 신은 마리와 함께 실컷 웃습니다. 음악시간엔 멋진 음악도 부르고 집으로 돌아갈 땐 알몸으로 "날듯이" 달려가지요.  

저는 프랑스식 성숙한 배려를 깨닫기 위해 이 책을 여러번 읽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황당한 사건에 흥미를 느꼈고 다음엔 아이들의 순진한 시선에 웃었고 다음엔 피에르의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쯤되자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는 엷은 장막들...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고로 이 책은 그냥 그림책은 아닌 겁니다. 

 알몸으로 학교에 등교한 피에르는 그 어느 때보다 창피한 마음으로 쉽게 교문을 들어서지 못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낸 피에르에게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합니다. 더불어 빨간 장화에 대한 찬사를 함께 보내죠. 그 순간까지도 피에르는 친구들과 다른 자신을 부끄러워 합니다. 교실에 들어서고 선생님에게 당황스런 웃음을 받을 때까지도 피에르는 '다르다는 사실'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성숙한 배려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선생님은 알몸의 피에르를 평상시와 다름없이 대합니다. 작은 새에 대해서 답하게 하고 당당하게 칠판에 나와서 수도꼭지에 대한 답변도 시킵니다. 체육시간엔 피리새를 달랑거리며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피에르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습니다. 바로 선생님이 아무런 편견없이 피에리를 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피에르에게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 않지요. 그래서겠지요. 교문앞에서의 피에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에 당당하기까지 합니다. 작은 나뭇잎으로 피리새를 가리고 자신있게 교단에 서서 노래까지 부릅니다. 그 모습에 오히려 당황한 건 선생님과 반 친구들. 하지만 여전히 누구하나 피에르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교길에 피에르의 자신감은 극에 달합니다.  '알몸이 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외치기까지 하네요. 폴짝거리며 사람들 위로 날아가는 피에르의 모습이 저와 겹쳐지는 기분좋은 환상까지 경험합니다. 

 너와 다르다는 이유로 작아져 있던 피에르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 놓은 건 누구일까요? 피에르 자신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피에르의 주변인물입니다. 한 사람의 자존감이 한 사람의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그건 자신감과 다른, 자기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입니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인생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 자존감이 높다고 합니다. 삶의 고비마다 만나는 작은 실패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이 자존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존감이란 녀석의 존재를 알고 부터 새삼스럽게 지난 날을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천방지축이었던 제가 소심하고 눈치를 보는 그저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초등학교 6학년, 전학을 갔던 그 학교에서 왕따를 경험하고서 저는 다른 아이로 자라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 다하고 당차다 못해 못되기도 했던 내가 작게 자란 건 말이죠.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배척당하지만 않았더라면 전 지금과는 조금 다른 성인으로 자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곱씹습니다.ㅠㅠ 만약 그 때 저에게 넌 최고라고 그 어떤 상황이든 넌 너여서 최고라고 누군가가 말해줬더라면 전 덜 힘들고 덜 위축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만약 그 날, 선생님과 친구들이 피에르에게 너는 왜 알몸이냐고 넌 우리와 다르다고 했으면 피에르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그건 피에르의 자존감을 해치는 일이니까요. 

 작가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요구합니다. 내가 던지는 사소한 말이 누군가의 인생을 해칠 수 있다고.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자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이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을 지켜주는 시작이라고.  

 이 소중한 메세지는 어른이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자존감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4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읽혀도 무난한 내용입니다. 우리 모두가 또 다른 피에르임을 깨닫게 하고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당위를 알려주기에 훌륭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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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두레아이들 그림책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은정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아이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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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 그래서 지켜야만 했던 삶의 터전에서 까만 주검이 된 죄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양심을 삶의 철학으로, 성실과 정직을 목숨처럼 여긴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정직했으나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으며 그는 정직했으나 사랑하는 아들마저 떠나보내는 가혹한 운명을 맞습니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맞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가 사랑을 알고 난 후 다시 태어납니다. 

 1년 내내 용산참사의 잔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남의 일이라 여기기엔 너무나 가깝고 생생해서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던 소름끼치는 끔찍함. 2009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그걸 안타까움과 분노로 지켜봐야 하는 우리들도 희망이 죽어가는 걸 느껴야만 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주어야 할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 생명의 존엄이 땅에 떨어진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 아이의 미래를 꺾는 것 같아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난감한 시간속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구두장이 마틴.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잃습니다. 그리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립니다. 죽음만이 유일한 소원이었지요. 인생의 나락에서 그가 죽음을 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모든 걸 포기한 그에게 고향 사람인 노인이 찾아옵니다. "절망하는 것은 바로 자네가 자신의 기쁨만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신을 위해 살아가게" 라는 말과 함께. 그 후로 마틴은 성경을 읽으며 조금씩 신의 뜻대로 사는 일과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그건 바로 내 가까운 곳에 있는 초라한 자들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그들이 바로 신인 까닭이지요. 마틴은 스테파니츠라는 노인과 불쌍한 여인과 그 아이, 사과장수 할머니와 배고픈 소년을 도우며 그 사랑을 실천합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가장 낮은 자들을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보듬어 안으며 마틴은 삶의 이유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알게 되지요.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요. 아이는 말하더군요. "사랑하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세상이 될텐데 그치?" 삶의 진리를 들었습니다.  사랑이 있다면 인간의 목숨도 당연히 존중받을 것이고 그러면 살인이나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용산참사로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위로를 받았습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는 사랑이 세상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형이상학적인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진리를 가슴으로 깨닫고 있었으니까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읽히고 이야기나누기에 적당한 책입니다. 왕따나 스트레스로 힘겨운 삶을 사는 아이나 잘못인 줄을 모르고 왕따시키는 아이들에게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물론 위로도 되구요. 고학년이 되면 사회문제와 결부시켜서 이야기나누기에도 적당하구요. 맘이 힘든 날들, 저에게도 위로가 되어 주었던 책입니다. 우린 누구나 가난한 자들이니까요. 

 "자, 마셔요. 나는 또 생각했소. 그리스도는 이 땅에 계셨을 때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소박한 민중과 함께 하셨어요.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함께 다니셨고, 제자들을 우리와 같은 죄인인들과 일하는 자들 중에서 뽑으셨소.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질 것이며,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소. 너희들은 나를 '주님'이라고 부르나, 나는 너희들의 발을 씻겨 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으뜸이 되기를 원하는 자는 모든 이를 섬겨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지요. 왜냐하면 가난하고, 겸손하고, 온화하고, 친절한 이야말로 축복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소." -절망하고 있던 마틴에게 고향 사람인 노인이 들려준 말입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 우리 아이들에게 꼭 알게 해주고 싶은 글이라 특별히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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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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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말한다. "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문제다." 그리고 말한다.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 서글픈 독백이 우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임을... 

 암호처럼 읽히는 글이 있다. 행간의 의미나 문맥을 포장지처럼 벗겨내고서야 기어이 그 실체를 보이는 불편한 글. 김훈의 글들을 읽으면 늘 그 암호를 해독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화선지에 그려진 수묵채색화를 보는 듯한 유려하고 깊이있는 그의 문장은 읽는 즐거움과 동시에 상상하는 즐거움이 더하다. 눈을 감고 있는 내게 천천히 펼쳐진 풍경을 그려내는 듯 선명한 그의 묘사는 또한 그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그는 아늑하고 편한 글읽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난 공짜인 줄 알고 먹은 음식값을 치루듯 열심히 그의 책들을 쓸고 닦아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한 알맹이인 진짜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다.   

 '공무도하'가 출간되었을 때 난 그럴싸한 이야기를 생각했다. 이미 여러번 그에게 배신당했음에도 좀더 많이 소설답고 좀더 많이 편안한 글이기를 내심 기대하며 읽기를 시작한다. 허나 참담한 나의 패배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다. 신문사 기자인 문정수가 현장을 뛰어다니며 알게 되는 많은 사건들은 어제 우리가 읽은 신문기사처럼 생생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이 이야기가 어쩌면 실화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너무나 소설같을 일들이 오늘을 보내는 우리가 겪는 일이라니.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사는 세상이 하나의 소설이다." 오랜 기간 기자로서 겪었을 수많이 일들을 통해 그는 가장 무서운 것이 가장 잔인한 것이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 바로 사람이고 우리고 이 세상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상상력이 차단된 무서운 객관성을 빌어 우리에게 현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냉정함과 단도직입적인 말하기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결국 사회를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매번 그가 작품으로 말하려 하는 것은 치열한 현실인식이며 현실을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이다. '공무도하'에선 결국 강을 건너지 못한 나약한 우리, 부조리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나약한 우리를 그리고 있다.  

 끝내 강을 건너버린 그 미치광이는 얼마나 용감한가. 우리는 사회의 금기를 넘어서 자신만의 이상을 추구하는 용기있는 미치광이들을 욕한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가 아니라고. 적어도 그래선 안된다고.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 보자. 진실을 벌써 그 미치광이처럼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안쓰러운 자화상. 머무른 자의 슬픔. 그것은 용기없음의 유의어고 비겁함의 동의어다. 오늘을 사는 너와 나의 모습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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