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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ㅣ 두레아이들 그림책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은정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아이들 / 2009년 12월
평점 :
한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 그래서 지켜야만 했던 삶의 터전에서 까만 주검이 된 죄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양심을 삶의 철학으로, 성실과 정직을 목숨처럼 여긴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정직했으나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으며 그는 정직했으나 사랑하는 아들마저 떠나보내는 가혹한 운명을 맞습니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맞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가 사랑을 알고 난 후 다시 태어납니다.
1년 내내 용산참사의 잔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남의 일이라 여기기엔 너무나 가깝고 생생해서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던 소름끼치는 끔찍함. 2009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그걸 안타까움과 분노로 지켜봐야 하는 우리들도 희망이 죽어가는 걸 느껴야만 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주어야 할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 생명의 존엄이 땅에 떨어진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 아이의 미래를 꺾는 것 같아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난감한 시간속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구두장이 마틴.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잃습니다. 그리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립니다. 죽음만이 유일한 소원이었지요. 인생의 나락에서 그가 죽음을 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모든 걸 포기한 그에게 고향 사람인 노인이 찾아옵니다. "절망하는 것은 바로 자네가 자신의 기쁨만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신을 위해 살아가게" 라는 말과 함께. 그 후로 마틴은 성경을 읽으며 조금씩 신의 뜻대로 사는 일과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그건 바로 내 가까운 곳에 있는 초라한 자들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그들이 바로 신인 까닭이지요. 마틴은 스테파니츠라는 노인과 불쌍한 여인과 그 아이, 사과장수 할머니와 배고픈 소년을 도우며 그 사랑을 실천합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가장 낮은 자들을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보듬어 안으며 마틴은 삶의 이유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알게 되지요.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요. 아이는 말하더군요. "사랑하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세상이 될텐데 그치?" 삶의 진리를 들었습니다. 사랑이 있다면 인간의 목숨도 당연히 존중받을 것이고 그러면 살인이나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용산참사로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위로를 받았습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는 사랑이 세상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형이상학적인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진리를 가슴으로 깨닫고 있었으니까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읽히고 이야기나누기에 적당한 책입니다. 왕따나 스트레스로 힘겨운 삶을 사는 아이나 잘못인 줄을 모르고 왕따시키는 아이들에게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물론 위로도 되구요. 고학년이 되면 사회문제와 결부시켜서 이야기나누기에도 적당하구요. 맘이 힘든 날들, 저에게도 위로가 되어 주었던 책입니다. 우린 누구나 가난한 자들이니까요.
"자, 마셔요. 나는 또 생각했소. 그리스도는 이 땅에 계셨을 때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소박한 민중과 함께 하셨어요.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함께 다니셨고, 제자들을 우리와 같은 죄인인들과 일하는 자들 중에서 뽑으셨소.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질 것이며,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소. 너희들은 나를 '주님'이라고 부르나, 나는 너희들의 발을 씻겨 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으뜸이 되기를 원하는 자는 모든 이를 섬겨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지요. 왜냐하면 가난하고, 겸손하고, 온화하고, 친절한 이야말로 축복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소." -절망하고 있던 마틴에게 고향 사람인 노인이 들려준 말입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 우리 아이들에게 꼭 알게 해주고 싶은 글이라 특별히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