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잠들 때 - 유엔 특별보고관이 전하는 팔레스타인의 목소리와, 우리가 마주해야 할 10개의 얼굴들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지음, 최보민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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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로도 제작된 팔레스타인의 끔찍한 비극이 있다. ‘힌드 라잡’이라는 여섯 살 소녀는 친척들과 자동차로 피난을 가던 중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는다. 차량에 함께 탄 친척들은 모두 죽고 어린 힌드만 살아 남았다. 힌드는 죽은 사촌 언니의 휴대폰을 꺼내 적십자에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건다. 장장 3시간이나 통화하며 구조대원들은 소녀를 구하려고 했지만 이스라엘 군은 통행을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힌트는 300발이 넘는 총상을 입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책은 팔레스타인의 비극과 관련된 10개의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 중 힌드의 이야기가 가장 처음 나온다. 고작 여섯 살인 아이가 총알을 300발이나 맞고 죽어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저자는 직접 현지에 거주하면서 겪은 다양한 비극을 소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나 좁고 열악한 난민촌으로 오게 된다. 수십 년이 흐르면서 통제와 억압은 더 심해진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역시 아이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난민인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너무 일찍 경험한다.

국제적 권력의 헤게모니를 이스라엘이 장악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문제가 무시되는 것이 안타깝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비판하거나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위협을 당한다고 한다. 실제 저자도 유럽에서 강연을 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이스라엘이 자본과 권력, 유대인 피해 서사를 명목으로 이렇게까지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에 분노한다.

표지의 그림을 그린 ‘말락 마타르‘의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 팔레스타인을 떠날 수 있었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남은 가족들과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타국에서의 궁핍한 삶이 그의 또 다른 아픔이 되고 있다고.

헐리우드에서 유대인 자본으로 만들어진 홀로코스트 소재의 영화들로 그 동안 이스라엘은 동정표를 얻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곳에서는 무차별적인 아동 학살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인권과 존엄의 이름으로 이를 규탄해야 마땅하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



#세상이잠들때 #프란체스카알바네세 #어크로스 #팔레스타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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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아르헤리치 - 건반 위를 질주하는 전설의 피아니스트
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이세진 옮김 / 앤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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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생. 올해로 85세. 196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그의 연주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강렬하고 섬세하다. 피아노란 악기가 근본적으로는 건반을 두드리는 타악기라서 온몸을 동원하는 힘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대개 남성 피아니스트가 유리하다고 여겨지는데 마르타 아르헤리치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최근 촬영된 아르헤리치의 연주 영상을 보면 여전히 파워풀한 타건이 느껴진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낸다. 여기에 어머니의 극성으로 십대 시절 유럽으로 이주한 뒤 훌륭한 스승을 만나 재능을 꽃피운다. 책은 아르헤리치가 일생 동안 어떤 예술가적 직관을 보여주었고 자유롭게 동료 예술인들과 교류했는지를 기록했다.

아르헤리치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일화는 너무도 많다. 그의 대표적인 레파토리인 프로코피에프의 협주곡을 룸메이트가 연습하는 것만을 듣고 암보했다는 사실은 다시 읽어도 놀라웠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암보에는 자신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그가 만난 다양한 음악인들에 대한 내용이다.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굴다, 호로비츠, 클라라 하스킬, 다니엘 바렌보임, 자클린 뒤프레, 푸총, 듀오 크로멜링크, 에브게니 키신 등 아르헤리치가 교류해온 모든 이들이 그 자체로 클래식 역사다. 또 푸총의 아버지 푸레이가 다이 시지에의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의 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인 올리비에 벨라미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개를 매우 적절하게 했다고 느꼈다.

아르헤리치가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눈 브라질 피아니스트 넬손 프레이레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책을 읽다가 두 사람이 투 피아노로 같이 연주한 라벨의 ‘라 발스’ 영상을 봤는데 숨이 막히도록 좋았다.

세 딸들, 남편,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가감없이 담겼다. 중년 이후 큰 집을 사서 동료, 후배 예술가들을 들여 돕는 인생도 멋있다고 생각되었다. 책의 말미에는 2025년 진행된 인터뷰와 디스코그라피가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내용이라 마르타 아르헤리치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올해 샤를 뒤투아와 함께 국내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관람 전에 읽기를 추천한다. 안타깝게도 티켓팅에 실패해서 쓰라린 마음에도 많은 위안이 된 책이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르타아르헤리치 #평전 #앤의서재 #서평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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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푸들 래빗홀 YA
우신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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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한 엄마 밑에서 혹독한 레슨을 받은 ‘우수‘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실력의 ’수현’을 질투한다. 어느 밤, 우수에게 블랙 푸들이 나타나 우수가 수현의 능력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의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같은 인물 구도다. 천재적인 연주자를 따라잡을 수 없는 노력형 연주자의 비애를 잘 나타냈다. 여기에 더해서 소위 상류층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허영과 과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의 문제는 역시 부모들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천재의 이면에도 아픔이 있고 질투에 눈이 멀어 비밀계약까지 하는 아이에게도 깨달음과 성장은 찾아온다. 그 과정을 충분히 담은 이야기라 오히려 훈훈하게 읽었다.

유명한 피아노 곡들을 테마로 진행되는 장이 흥미로웠다. ‘우수’가 블랙 푸들과 계약을 한 뒤에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연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몰입과 광기가 만들어 낼수 있는 느낌을 잘 담은 곡인 것 같다. 곡과 연주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서 마치 진짜 연주가 들리는 느낌도 받았다.

재능에 대한 질투나 시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서 겪는 청소년의 압박을 잘 담은 소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블랙푸들 #우신영 #래빗홀 #서평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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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쿄 - 개정증보판
임진아 지음 / 유유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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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아 작가님의 촉촉한 글과 정겨운 그림을 좋아한다. <아직, 도쿄>는 작가님이 엄선한 도쿄의 공간들을 소개한 책이다. 도쿄는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도시라 더 흥미롭게 읽었다.

20대 시절 몇 달 간 혼자 도쿄에서 지낸 적이 있다. 시작은 음악과 영화였지만 그 도시를 살면서 발견한 것은 특별한 가게의 매력이었다. 도쿄는 온갖 취향을 다 담은 곳이다. 아무리 마이너한 결을 갖고 있어도 그에 걸맞는 공간을 꼭 찾게 되는 곳이 바로 도쿄라고 느꼈다.

다섯 가지 공간으로 구분된 챕터부터 흥미로웠다. 상점, 카페, 테이블(레스토랑), 산책, 그리고 책방. 그리고 놀랍게도 책에 소개된 곳들을 거의 알지 못했다. 도쿄를 가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동시에 다음에 가게 되면 가볼 곳이 많아졌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단순히 공간에 대한 정보만 나열되어 있다면 여느 여행 가이드북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도쿄>에 소개된 곳들은 작가님이 경험한 에피소드, 감성과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어 특별했다.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는데 편안했다. 가장 좋았던 챕터는 멜론 파르페를 파는 ’아사히야파라‘. 작가님이 책을 입고시키고 전시회를 열었다는 ’서니 보이 북스‘도 궁금하다. 일러스트들도 좋았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직도쿄 #임진아 #유유히 #에세이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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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 암실문고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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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를 쓴 페드로 레메벨은 칠레의 작가이자 예술가다. 동성애자이기도 했던 그는 평생 성소수자와 빈민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유일한 장편 소설이다.

‘미친X‘으로 불리는 ‘로카‘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중년의 성소수자다. 천에 자수를 놓아 부자들에게 판매하고 집을 화려하게 꾸미는 재주가 있다. 풍부한 감성과 낭만으로 넘치는 그는 20대의 젊은 대학생 ‘카를로스‘에게 반하고 만다.

로카는 카를로스의 부탁으로 뭔지 모를 박스와 물품을 집에 대신 보관해 준다. 이를 계기로 카를로스는 로카의 집에 친구들을 데려와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알고보니 카를로스는 반체제 단체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정치나 사상같은 것은 모르는 로카. 그는 오직 카를로스를 위해 아무리 어려운 부탁이라도 들어준다.

실제 칠레를 수십년 간 독재하며 국민들을 탄압했던 ‘피노체트‘와 그의 아내 ‘루시‘도 등장한다. 로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독재자 부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진다. 소수자인 로카의 진심과 독재자 부부의 위선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피노체트 정권에서 탄압 받았을 작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독재자를 조롱했다. 피노체트와 루시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천박하며 동시에 잔악무도하다. 피노체트가 예술인들을 언급하며 비꼬는 내용은 특히 뼈가 있다. 권력으로 예술을 탄압힐 수 있다는 독재자의 오만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로카가 가족처럼 여기는 성소수자 친구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들의 역사가 짧게 나오는데, 싸웠다가도 화해하는 과정에서 치는 대사들이 찰지다. 서로 연대하는 모습도 훈훈했다.

소설의 구성이나 표현이 돋보였다. 작품의 소재가 주는 무거움 속에 로카라는 캐릭터가 주는 유머가 좋았다. 번역문 특유의 느낌도 없이 매끄러웠고 주석도 칠레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몇년 전, 영화 <나의 사랑스러운 혁명가>라는 제목으로 제작되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고. 재미있게 읽었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두려워요투우사여 #페드로레메벨 #을유출판사 #서평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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