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사회학자 ‘날리니 잭슨‘은 연구자 자격으로 인류 최초의 목성 탐사선. ’딜레이니 호’에 오른다. 하지만 지구에서 목성까지 가는 동안,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 겪는 일부터 심상치 않다. 백인 우주 항공사 무리들이 유색인종인 날리니를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을 괴롭히는 것인데, 거대한 목적과 취지를 공유한 사람들 안에서 조차도 인종과 계급문제가 끼어드는 아이러니는 앞으로 일어날 디스토피아의 전조였던 것. 우주선은 거대한 돔 도시 ‘뉴로어노크’에 도착하는데 이는 지구의 불평등, 양극화 정치적 분열을 그대로 복제한 도시다. 딜레이니 호를 타고 온 과학자들은 졸지에 최하위 계급으로 전락하고 만다.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납치했다고 믿는 백인 남성과 자본가 일당도 이 돔 도시에 도착하면서 이들은 점점 분열과 갈등을 키워만 간다. 정작 도시를 습격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은 애써 외면하는 듯 하다.현재를 지배하는 계급, 인종, 성 차별 등의 문제를 차용한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외계라는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배치하여 묘사한 것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다룬 소설을 다수 썼다. 상당히 세련되고 능숙한 풍자라는 생각이 들지만 스토리 자체의 몰입도나 장르적 묘미는 기대했던 것보다 덜했다. 영화 <돈 룩업>도 생각이 났는데 아마도 인간, 그 중에서도 권력자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인 듯. 워싱턴 포스트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보이지않는것들 #매트존슨 #폴라북스 #현대문학 #서평
17세기 로마에서 실제 일어났던 ‘지로니마 스파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죽어서도 부패하지 않고 혈색이 도는 남자들의 시체가 연달아 발견되자 이를 기이하게 여긴 교황청은 수사를 명령한다. 출세에 대한 욕망이 있는 스테파노는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투명한 화장수 ‘아쿠아’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진다. ‘아쿠아’를 제조한 여인 지롤라마는 단순한 화장수일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스테파노는 독약으로 의심한다. 그리고 독살되었다고 보여지는 대상들은 모두 여성들을 학대했던 남편이나 아버지였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스테파노는 혼란에 빠진다.스릴러이긴 하지만 ‘누가’, ‘왜’라는 의문을 일찌감치 해소해주는 전개 방식이라 긴박하다거나 긴장되는 느낌은 덜하다. 대신 17세기 로마라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묘사가 뛰어나다. 종교와 계급이 지배하던 남성 중심의 사회가 낯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익히 알고 있는 전근대의 모습은 동서를 막론하고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의 강인함과 모성애, 연대의식이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소설. 특히 감옥에서 결의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비밀의책 #안나마촐라 #인플루엔셜 #서평 #책추천
30년 만에 다시 읽어도 여전한 재미를 느꼈다.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타나토노트>가 재출간되어 다시 읽어보았다. 오래 전 읽었을 때 사후세계를 탐험한다는 설정이 너무도 독특해서 매료되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는 여전했다. ‘죽음’은 모두가 겪을 이벤트이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절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돌파하는 상상력이 매력있다. 동시에 이를 둘러싼 인간들의 이기심이나 갈등, 화합 등을 다루고 있어 현실에 대한 풍자극이기도 하다.베르베르 작가 특유의 구성이 소설의 메인 줄거리 사이에 그와 관련된 ‘지식백과사전’ 류의 내용이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부분이 소설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느꼈는데, 다시 읽으니 재미있었다. 작가님의 방대한 지적 호기심과 수집벽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내용들이 모여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같은 책을 엮었으니 꾸준함의 결과란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다. ‘지식 백과사전’ 내용 중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인용된 부분이 새롭게 들어왔다. 죽음에 대한 성찰이 남달라서 추후에 별도로 읽어보고 싶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그저 바람 속에 벌거숭이인 채로 있는 것, 햇빛 속에서 녹아 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숨이 멎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그저 숨결을 높이 들어 올려 자유로이 신을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밀고 써는 조수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대들은 오직 침묵의 강에 다다라 그 물을 마실 때라야 진실로 노래하게 되리라. 또 그대들은 산마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오르기 시작하리라. 그리하여 대지가 그대들의 사지를 요구하는 날, 그날이 오면 그대들 진실로 춤추게 될지라. (칼릴 지브란, <예언자>/ 2권 페이지 92)결말도 강렬하다. 결국 죽음은 직접 죽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것이다.#타나토노트 #베르나르베르베르 #이세욱옮김 #열린책들 #서평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이 수평선을 배경으로 전시된 바닷가 이미지를 기억한다. 무척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지만 그 장소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그곳이 바로 ‘나오시마’였다.나오시마는 일본 오카야마현과 가가와현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20세기 초에는 구리 제련 산업으로 꽤 번영하던 곳이었지만 산업의 쇠퇴와 함께 인구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 나오시마는 본격적인 재생 사업을 맞이한다.저자는 도쿄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한 인물로 1991년부터 나오시마 재생 사업에 참여했다. 나오시마는 ‘베네세’라는 기업과 ‘후쿠다케 재단’의 주도로 재생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예술작품 전시와 숙박업이 토대였다. 책은 나오시마의 발전과정을 담은 동시에 저자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경영이나 사업과는 거리가 멀던 예술대학 출신의 저자가 현대미술 전시 기획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가 기획한 ’아웃 오브 바운즈’, 낡은 민가를 예술 작품으로 개조하는 ‘집 프로젝트‘ , 현대미술이 아닌 인상파 화가 모네의 <수련>을 전시하기 위한 ’지추미술관’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가 지닌 탁월한 기획력과 판단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이 이룬 업적이 아니라 경영자, 섬 주민들, 그리고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협업이 이룬 성과임을 알 수 있었다. 성공하는 기획이 어떤 가치관과 상호작용을 거쳐야하는지 알게 해준다.읽으면서 언급되는 작품이나 건축 등이 궁금해져서 나오시마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진다. 책 말미에 나오는 특별 기고문이 저자 안도 다다오의 건축들을 실제로 방문해 보고 싶다. 우리나라 작가인 이우환 미술관도 있다고 한다. 나오시마 여행 전이나 여행 동안에 읽기 좋을 듯 하다. 문장이나 톤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비슷하게 지방 소멸이나 재생 산업을 필요성을 겪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도 대입해 보게 된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도전과 기록.*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나오시마예술의탄생 #아키모토유지 #알에이치코리아 #현대미술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