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치던 골목이 특별해지는 마법.이다 작가의 오랜 팬이다. <내 손으로 발리>, <내 손으로 치앙마이>, <이다의 작게 걷기>, <끄적끄적 길드로잉> 등 그간 출간된 많은 책들에 반했다. 개성있는 그림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새로웠기 때문이다.이번에 출간된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이다 작가의 특기인 '길드로잉'의 끝판왕이다. 흔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그만이 찾은 특별함이 가득한데 그게 무척 재미있다. 분명히 나도 같은 도시를 살고있는데 난 왜 이런것들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았을까.이를테면 골목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경고문들 같은 것이다. '주차금지',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등과 같은 글들을 적은 표지판만을 모아놓고 심지어 그것을 해석까지한 작가에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너무 재미있었다.그 밖에 개성 있는 빌라 건물, 누군가 정성껏 가꾼 티가 역력한 정원, 오래된 문방구 탐험 등 다양한 관찰일기가 기억에 남는다. 지난 내란 시기의 집회에 대한 기록도 무척 소중하다.가끔 방문하곤 하는 은평구 연신내 일대가 등장하는데, 작가가 맛집이라고 인증한 '봉평옹심이메밀칼국수' 식당은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반가웠다. (다음에 연신내에 가게 되면 꼭 먹어봐야겠다.)도시를 관찰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법에 대한 안내까지 있어 더욱 고마운 책. 재미있게 읽었다.#이다의도시관찰일기 #이다 #반비 #에세이 #일기 #일러스트 #만화 #기록 #서울 #산책 #길드로잉 #서평
일하면서 만나본 스토리보드 작가들은 정말 작화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스탭용으로 제작된 영화 콘티북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인 경우가 많았다.<스몰 프레임>의 저자 조성환은 영화와 시리즈의 스토리보드 작가 출신이다. 일단 그 점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주제넘은 생각이지만 연출자의 의도대로 콘티를 그려온 작가가 창작하는 세계는 특별할 것 같았다.책의 제목과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며 들었던 느낌은 매 컷마다 그림의 언어를 공들여 표현했다는 것이다.프롤로그 부분을 제외하고 두 가지 이야기로 나뉘어 있다. '제네시스'는 의미대로 창세기의 인류가 탄생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가 배경이다. 언어가 생겨나던 순간의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두번째 작품 '무명 사신'은 현대(아마도 미국)를 배경으로 한다. 마치 <맨인 블랙>이나 <저수지의 개들>에 나오는 옷차림의 사신들이 등장하는데 곧 죽을 인간들을 파악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이들이 '자연사'팀에서 '강제사'팀으로 바뀌면서 목록의 인간들을 어떻게든 죽여야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딜레마가 생긴다. '저 인간은 과연 죽어야만 하나?'사신들 캐릭터와 상황에서 재미와 감성이 느껴졌다. 우산 안 쪽의 색이라든지, 사신들이 일터가 여느 인간 사회의 기업과 비슷한 시스템인 것도 흥미로웠다. 작품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노을지는 하늘의 구름이 서서히 사라지는 디테일도 좋았다.작가만의 시각과 프레임 하나 하나의 디테일을 읽는 재미가 있는 책.#스몰프레임 #조성환 #열린책들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만화 #스토리보드 #콘티 #만화책 #서평 #책리뷰
나의 클래식 입문에 많은 도움이 된 컨텐츠가 '클래식빵'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이 팟캐스트는 한 에피소드 당 한 곡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충실하고 깊이있는 해설이 특징인데, 매주 업로드되는 방송을 듣다보면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절로 높아진다.클빵의 진행자인 '짱언니'는 음악이론을 전공한 분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은 <그림, 클래식 악기를 그리다>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짱언니의 책이다. 지난번 책이 클래식 악기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친숙한 피아노곡들을 다루었다.총 20곡의 명곡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 곡에 대한 배경, 작곡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음악적으로 분석된 내용이 담겼다. 대부분의 곡들이 '클래식빵' 에피소드로 다뤄졌기 때문에 익숙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팟캐스트보다 좋았던 부분은 악보가 첨부되어 있어 이해가 더 쉽다는 것이다. 팟캐스트 특성상 시각적인 자료없이 해설을 듣게 되는데 악보를 보니 즉각적으로 이해되어 좋았다. 이를테면 쇼팽의 '녹턴'과 존 필드의 '녹턴' 비교 부분. 두 악보를 나란히 놓고 보니 정말 비슷했는데 나아가 쇼팽이 어떻게 녹턴을 더 발전시켰는지 악보를 통해 확인하니 흥미로웠다.친숙한 곡들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피아노를 어느 정도 배웠다면 수록곡 중 몇 곡을 쳐봤을텐데 그때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베토벤의 <비창>과 <월광>,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등 3년 전부터 취미로 배우는 피아노 레슨에서 다룬 곡들이라 특히 반가웠다. 아울러 특이하게 목록 중 <하농>도 수록되어 있는데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연습곡이 테크닉 계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나온다.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 음악원에서 5년 간 하농만 연습했다고. 팟캐스트 청취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클래식 입문서다. 이 책을 읽고 '클래식빵' 팟캐스트를 듣는다면 더 좋겠다. 또 책 초반에 언급되어 있듯이 피아노를 지도하는 교사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어린 시절 다녔던 피아노 학원에서 배우는 곡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유가있어서명곡입니다 #장금 #북피움 #클래식 #피아노 #클래식빵 #클래식책 #명곡 #서평 #책추천
반가운 단행본이다. 2019년부터 약 2년간 카카오에서 연재된 웹툰 <해오와 사라>가 총3권의 책으로 나왔다. 이 작품은 우리집 청소년들이 무척 좋아했던 작품이라 곁에서 나도 즐겁게 본 기억이 있다.오랜만에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주어 대사가 눈에 띄었는데 역시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덕분이다. 드라마에서 '-했져'가 자주 나와서 찾아본 적이 있는데 '이미 -했다'는 의미라고. <해오와 사라>에서는 진작부터 쓰인 대사였는데 이제서야 보였다. 작가가 정말 제주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구나 느꼈다.<해오와 사라>는 <폭싹 속았수다>가 못다한 진정한 제주 여성의 투쟁과 연대를 그리고 있다. 제주가 전통적으로 무척 보수적인 곳으로 알고있는데 이 작품은 해방 이후 제주 여성들이 점점 주체가 되는 과정을 담고있다. 그중 '사라'라는 인어 캐릭터가 있어 판타지적이면서 흥미로웠다.해오와 사라가 서로를 알아봐 주고 돕는 이야기가 따뜻하면서 재미있다. 해녀와 인어가 서로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해오의 엄마와 그 밖의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여성들의 연대는 언제나 옳다.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두루 즐겁게 읽을 작품이다. 2, 3권도 마저 볼 생각이다.#도서협찬#해오와사라 #송송이 #클출판사 #카카오웹툰 #웹툰 #만화 #그래픽노블 #서평 #제주
두뇌게임을 미스터리 소설로 구현한 신선함.출판사에서 '순한 맛 <오징어 게임>'으로 홍보하던데 과연 그랬다. <지뢰 글리코>는 유년시절부터 해온 익숙한 게임을 소재로 했다. 가위바위보로 계단 먼저 오르기, 카드 짝 맞추기, 가위바위보,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이 친숙한 게임이 등장한다. 물론 일본 소설이라서 명칭과 규칙은 살짝 다르지만.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가며 같이 게임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물론 게임은 쉽지 않다. 변형 규칙 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허를 찌르는 반전도 등장한다. 게임의 강자인 고등학교 1학년 소녀 '이모리야 마토'의 캐릭터가 좋다. 대개의 천재 캐릭터가 갖는 무심함 속에 냉철한 판단력과 강렬한 승부욕이 돋보인다. <오징어 게임>이 생사를 거는 승부라면 <지뢰 글리코>는 소소한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 따라서 좀 만화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실제 일본에서 만화로 나왔더라.<데블스 플랜> 류의 두뇌게임 프로그램이나 각종 게임 승부를 즐긴다면 매우 재미있게 읽을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흔한 '스도쿠' 맞추기도 귀찮아하는 유형이라 막 열광하진 않았다. 하지만 시도와 트릭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활자를 읽으며 퀴즈를 푸는 묘미가 쏠쏠하다.게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러스트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책을 덮자마자 <데블스 플랜>의 열성팬인 우리집 청소년이 바로 읽겠다며 집어갔다.*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지뢰글리코 #아오사키유고 #리드비 #일본소설 #미스터리 #추리게임 #두뇌게임 #장르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