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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평점 :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헐리우드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회고록.
지금껏 읽은 어떤 성수수자의 이야기보다 특별했다. 어린시절 아역배우를 거쳐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배우로 살아가며 그가 겪은 내면과 외부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읽으면서 성적 정체성 혼란과 주변의 혐오를 받는 삶이 힘들고 아팠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성정체성과 별개로 '어린 여자 배우'라는 존재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끔찍했다.
교제했던 상대에 대한 이야기도 디테일하고 헐리우드에서 같이 활동한 배우들과의 스토리도 있다. 차마 실명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깊게 사귀었으나 상대는 여전히 커밍아웃하지 못한 여배우 '라이언', 자신의 커밍아웃을 조롱하고 모욕한 남자 배우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성확정 수술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페이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시즌 3를 앞두고 수술했는데, 제작진이 그의 캐릭터를 트랜스젠더로 바꿔주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처절한 수술 과정을 거쳐 그가 느낀 해방감을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가슴 절제 수술의 결과를 표현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 마침내 압박복을 벗고 젖꼭지 밴드까지 떼어낸 순간... 음, 그 순간의 감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383쪽)
수술한 가슴을 당당히 드러내고 화보까지 촬영한 엘리엇 페이지.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밝히는 이 한권의 책과 용기있는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 우리의 다양한 경험을 쓰고, 읽고, 나누는 행위는 우리를 침묵시키려는 이들에게 맞서기 위한 중요한 일이다. (11쪽)
- 수치심 따위, 젠더 스테레오타입 따위, 자신의 욕망을 거부하는 일 따위, 자신의 주인으로 살지 않는 것 따위 다 집어치워 버려 (390쪽)
책의 디자인과 특이한 뒷표지가 눈에 띈다. 영어 원서보다 디자인이 더 예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