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 일상을 파고든 마약의 모든 것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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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가 마약에 관해 충실하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

최근 모 배우가 마약 혐의를 받고 조사 중이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나라 연예계에서 마약 스캔들에 연루되면 곧 사망 선고나 다름없을 만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모 배우는 대체 왜 마약에 손을 댔을까?

이 책은 마약의 종류, 중독되는 과정, 치료 등 의학자로서 바라본 관점 뿐 아니라 마약의 제조와 유통이나 역사, 정치, 사회적 배경도 잘 풀어냈다. 많은 자료 조사를 통해 쓴 글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또 어렵지 않게 쓰여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1장 '시작. 천국을 맛보다'에서 마약 복용 후 경험하는 환각에 대해 나온다. 스티브 잡스는 한 때 LSD를 복용하고 '밀밭에서 바흐가 흘러나와 스스로 지휘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잡스는 마약으로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극대화시킨 인물일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마약에 대한 호기심마저 든다. 하지만 계속되는 중독과 치료가 서술된 장에서는 이 생각이 싹 사라진다. 점점 더 강한 약을 찾아 가산을 탕진하고 결국 범죄자가 되거나 목숨을 잃는 마약 중독의 사례들이 무시무시하다.

또 진통제, 마취제 또는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흔한 약들에 중독성이 있다는 것도 충격이다. 의외로 이런 약을 장기복용하며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출산 중에 맞는 무통주사의 성분이 펜타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마약의 역사적, 산업적 관점도 흥미롭다. 마약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끊임없이 어딘선가 생산되고 유통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는 펜타닐이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마약을 퇴치하겠다는 현정부에 대한 현직 의료인으로서의 당부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마약은 치명적이지만 결국 중독자들은 치료될 수 있고 또 치료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크게 공감했다.

새삼스럽지만 절대 마약은 하면 안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확고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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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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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딸의 기록.

부모의 간병과 죽음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문장 하나 하나가 의미없이 읽히지 않을 것이다. 책의 띠지에 적힌 정희진 작가님의 추천사를 그대로 빌리고 싶다.

"넋을 뺏긴 채 읽었다. 몸에 새겨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책의 부제인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중 가장 밑줄 긋고 싶은 단어는 '양가감정'이다. 만약 이 책이 어머니의 병과 죽음에 대해 애틋하고 슬픈 사랑만을 기록했다면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인 린 틸먼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미국에서 꽤 알려진 중견 소설가다. 틸먼의 80대 노모가 눈에 띄게 병약해지는데 뇌질환이 생긴 것을 알게된다. 그로부터 어머니가 98세로 죽기까지 11년간 겪은 일들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만난 의료진, 간병인들로부터 받은 부당함과 상처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머니가 고령의 노인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건성으로 진단을 하고 간병인들은 집안의 물건을 훔치거나 환자를 학대한다. 겨우 괜찮은 간병인을 만났지만 갈수록 을이 되어야하는 상황도 기막히다.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자식으로써 종일 돌보고 싶지 않은 저자의 솔직한 심정에도 공감했다. 대신 어머니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다 바치는 정성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저자의 어머니가 딸에게 '내가 작가가 됐더라면 너보다 더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에 대해 저자가 느낀 불편한 감정도 담겼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죽는 순간과 그 이후에 느낀 큰 슬픔이 가감없이 적혀있다.

읽는 내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틸먼처럼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병든 부모가 서서히 죽어가는 그 참담한 경험을 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저자가 나 대신 그 심경을 표현했다고도 생각했다. 그만큼 많은 공감이 된 독서였다.

밑줄 친 문장이 너무도 많지만 책 말미의 한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 부모의 죽음은 일반적으로 다른 죽음과는 다르다. 그 인물들이 세상을 떠나면 터무니없게도, 어리석게도 그 자녀들은 상징적인 보호막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발가벗겨진 느낌, 더 취약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낀다. 최악의 죽음은 자식을 땅에 묻는 부모가 겪는 죽음이라고들 한다. 그런 죽음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다. 자연의 질서 자체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것이 드러난디. (239 페이지)

그리 길지 않은 책이지만 문장을 곱씹을 수 있는 책이다. 중간 중간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딱히 없어도 무방한 이미지들이라 의아스럽다. 원서에도 수록된 사진인지 궁금하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어머니를돌보다 #린틸먼 #돌베개 #방진이옮김 #돌봄 #돌봄노동 #영캐어러 #mother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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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소녀
마쓰자키 유리 지음, 장재희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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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디스토피아, 그리고 소녀가 결합된 SF 소설집.

책 표지는 마치 영화 <불량소녀 모모코>와 같은 일본의 메이드나 롤리타 코스프레를 다룬 것처럼 팬시하다. 하지만 제목이 '슈뢰딩거의 소녀'라니.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따온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총 6개의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표지의 달달하고 키치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과학 이론을 소재로 쓰여진 것이 특징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도호쿠 대학 이학부를 졸업했다.

첫 소설 '예순 다섯 데스'부터 너무 재미있었다. 인구 폭발과 환경 보호를 이유로 사람은 예순 다섯이 되면 죽어야 하는 미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주인공 노인과 어린 소녀의 이야기가 울림이 있었다.

또 '꽁치는 쓴가, 짠가'도 기억에 남는다. 꽁치라는 생선이 멸종된 미래를 배경으로 고전 문학에 등장하는 '꽁치'를 재현해 보려는 소녀의 이야기다. AI와 3D 프린터를 이용해 꽁치를 재현한다는 발상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 밖에 '이세계 수학'과 '살 좀 찌면 안 되나요'는 만화적 상상력이가 기억에 남는다. '슈뢰딩거이 소녀'와 '펜로즈의 처녀'의 경우는 스토리가 흥미롭긴 한데 모티브가 된 과학 이론을 잘 몰라 애가 탔다.

책을 읽고 나니 모티브가 된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페르미 역설'이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좀 찾아봤으나 뼛속까지 문과인 내가 이해하긴 쉽지 않더라. 과학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관련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 뒷표지에 있는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처럼 이 책의 저자 마쓰자키 유리는 "왜 안 돼?"라고 물으며 대담하고 가볍게 선을 넘는다.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디스토피아 SF가 아닌 신선한 SF를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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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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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헐리우드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회고록.

지금껏 읽은 어떤 성수수자의 이야기보다 특별했다. 어린시절 아역배우를 거쳐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배우로 살아가며 그가 겪은 내면과 외부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읽으면서 성적 정체성 혼란과 주변의 혐오를 받는 삶이 힘들고 아팠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성정체성과 별개로 '어린 여자 배우'라는 존재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끔찍했다.

교제했던 상대에 대한 이야기도 디테일하고 헐리우드에서 같이 활동한 배우들과의 스토리도 있다. 차마 실명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깊게 사귀었으나 상대는 여전히 커밍아웃하지 못한 여배우 '라이언', 자신의 커밍아웃을 조롱하고 모욕한 남자 배우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성확정 수술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페이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시즌 3를 앞두고 수술했는데, 제작진이 그의 캐릭터를 트랜스젠더로 바꿔주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처절한 수술 과정을 거쳐 그가 느낀 해방감을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가슴 절제 수술의 결과를 표현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 마침내 압박복을 벗고 젖꼭지 밴드까지 떼어낸 순간... 음, 그 순간의 감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383쪽)

수술한 가슴을 당당히 드러내고 화보까지 촬영한 엘리엇 페이지.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밝히는 이 한권의 책과 용기있는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 우리의 다양한 경험을 쓰고, 읽고, 나누는 행위는 우리를 침묵시키려는 이들에게 맞서기 위한 중요한 일이다. (11쪽)

- 수치심 따위, 젠더 스테레오타입 따위, 자신의 욕망을 거부하는 일 따위, 자신의 주인으로 살지 않는 것 따위 다 집어치워 버려 (390쪽)

책의 디자인과 특이한 뒷표지가 눈에 띈다. 영어 원서보다 디자인이 더 예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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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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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이 재개되고 있는 현재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경고하는 책.

순식간에 읽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탄압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본 시민으로써 많은 부분에서 흥미로웠다. 탄압의 패해 당사자인 저자 박성제 전 MBC사장이 들려주는 생생한 내용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보도국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도 인상적이었다.

과거를 기록한 부분도 암담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권의 방송 장악은 끔찍하다. 해직 언론인들이 복직하고 정상화를 거쳐 이제 겨우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내고 있는데 다시 탄압이라니. 안타깝고 화난다.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책 제목인 <MBC를 날리면>이 보여주는 현 정권의 막무가내식 언론 죽이기의 비화들도 잘 나와있다. 보도가 마음에 안든다고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하는 행태부터 글렀다. 그 실명들을 끝까지 기억해두어야겠다.

과거 방송탄압의 선봉이던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이 된 이후를 우려하는 내용으로 책이 마무리 된다. 암울하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읽어보길 권한다. 보수정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장악하고 언론환경을 망가뜨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자나 언론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참된 언론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MBC를날리면 #박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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