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딸의 기록.부모의 간병과 죽음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문장 하나 하나가 의미없이 읽히지 않을 것이다. 책의 띠지에 적힌 정희진 작가님의 추천사를 그대로 빌리고 싶다. "넋을 뺏긴 채 읽었다. 몸에 새겨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책의 부제인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중 가장 밑줄 긋고 싶은 단어는 '양가감정'이다. 만약 이 책이 어머니의 병과 죽음에 대해 애틋하고 슬픈 사랑만을 기록했다면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인 린 틸먼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미국에서 꽤 알려진 중견 소설가다. 틸먼의 80대 노모가 눈에 띄게 병약해지는데 뇌질환이 생긴 것을 알게된다. 그로부터 어머니가 98세로 죽기까지 11년간 겪은 일들을 기록했다.이 과정에서 저자가 만난 의료진, 간병인들로부터 받은 부당함과 상처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머니가 고령의 노인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건성으로 진단을 하고 간병인들은 집안의 물건을 훔치거나 환자를 학대한다. 겨우 괜찮은 간병인을 만났지만 갈수록 을이 되어야하는 상황도 기막히다.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자식으로써 종일 돌보고 싶지 않은 저자의 솔직한 심정에도 공감했다. 대신 어머니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다 바치는 정성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저자의 어머니가 딸에게 '내가 작가가 됐더라면 너보다 더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에 대해 저자가 느낀 불편한 감정도 담겼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죽는 순간과 그 이후에 느낀 큰 슬픔이 가감없이 적혀있다.읽는 내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틸먼처럼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병든 부모가 서서히 죽어가는 그 참담한 경험을 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저자가 나 대신 그 심경을 표현했다고도 생각했다. 그만큼 많은 공감이 된 독서였다.밑줄 친 문장이 너무도 많지만 책 말미의 한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부모의 죽음은 일반적으로 다른 죽음과는 다르다. 그 인물들이 세상을 떠나면 터무니없게도, 어리석게도 그 자녀들은 상징적인 보호막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발가벗겨진 느낌, 더 취약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낀다. 최악의 죽음은 자식을 땅에 묻는 부모가 겪는 죽음이라고들 한다. 그런 죽음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다. 자연의 질서 자체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것이 드러난디. (239 페이지)그리 길지 않은 책이지만 문장을 곱씹을 수 있는 책이다. 중간 중간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딱히 없어도 무방한 이미지들이라 의아스럽다. 원서에도 수록된 사진인지 궁금하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어머니를돌보다 #린틸먼 #돌베개 #방진이옮김 #돌봄 #돌봄노동 #영캐어러 #mother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