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는 푸른 바다였다 낮은산 키큰나무 2
이마에 요시토모 지음, 초 신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낮은산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던가?
이 책을 처음보고는 양장본에 책 갈피끈(?)이 달린 튼튼해 보이는 외형에 먼저 반했다.
한지에 느낌이 나는 푸른빛에 겉 표지부터 마음을 빼앗더니 읽는 내내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
특별하게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배꼽 빠지게 웃긴 것도 아니지만 무심히 툭 던지는 대사에서 피식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처럼 어마어마한 음모나 숨막히는 공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했고 나름의 모험과 웃음 짓게 만드는 문장들이 주는 즐거움에 책을 쉬 놓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양념처럼 등장하는 초 신타에 단순한 그림도 재미를 더 해 준다.

이야기는 이렇다.
수줍음이 많아 쉽게 얼굴이 붉어져 '핑크'라는 별명을 가진 지로는 중학교에 입학한 첫날 아니야마 선생님으로부터 하급무사 집안에서 태어나 바쿠후 정권을 무너뜨리고 메이지 유신의 성공에 이바지한 다카스키 신사쿠에 이야기를 듣는다.
여름방학이 되고 지로는 다카스키 신사쿠를 본받아 단련을 하기 위해 어머니에 고향이기도 하고 아버지에 산소가 있는 와시모토를 여행하게 된다.

지로에게는 단련이라는 큰 뜻을 둔 여행이지만 어머니가 보기에는 단순가출로만 보인다.
선생님과 친구들도 지로에 여행을 알게 되고 다음날 그에 뒤를 쫓는다.
사실 아무도 모르게 여행을 할 생각이었지만 묵을 곳을 찾다 초등학교 친구 아키요에 집을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 아이들이 도서관 건립을 위해 황소 개구리 잡기, 장어 잡기, 빙수 가게도 하면서 기금을 모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시에서 온 지로도 그 곳 아이들과 어울려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며 즐거운 여름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밤에 가게 된 귀신의 집에서 그 마을 불량배들이 도서관을 세울 시멘트를 훔치려는 계획을 듣게 되고 아니야마 선생님과 친구들과 동네 아이들이 힘을 모아 불량배들을 일망타진하게 된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던 아이나 시골에 친척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경험해 봤음직한 이야기들이라 다른 나라의 이야기임에도 낯설지가 않았다.
친척집에 놀러 왔던 유난히 얼굴이 하얗고 벌레만 봐도 움찔하던 도시아이를 보며 입을 삐죽 대기도 했지만 며칠 사이에 친해져서는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놀다가 돌아갈 때가 되면 그 이별이 너무 슬퍼서 눈물을 글썽이곤 했는데 아키요와 지로를 보며 옛 생각에 젖기도 했다.

방학이 끝나고 한층 성숙해진 지로에게는 더 이상 '핑크'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야마 선생님이 읊으신 시처럼 인생을 살다 보면 산처럼 힘든 시절이 분명 버티고 있을 것이다.
산을 오르기 힘들다고 포기한다면 그 산 너머에 푸른 바다를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힘들다고 포기한다면 바다처럼 넓은 희망은 결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본디 책은 항상 소중하게 다루고 깨끗하게 봐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서 아무리 멋진 문구가 나와도 밀줄 긋기를 망설이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마음껏 밑줄을 그었다.
재미난 영화를 보고 또 보고하듯이 기분이 울적한 날 읽으며 킥하고 웃어보기 위해 밑줄 긋기를 아끼지 않았다.
[여자 아이들은 당장에 암탉처럼 재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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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들이 순식간에 달걀처럼 입을 다물고 교실은 달세계처럼 고요해졌다.]
웅성웅성하던 교실이 순식간에 고요해지는 느낌이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듯하다.
하여간 내 입맛에 딱인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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