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밥의 겨울눈 - 화가의 생태 이야기
이주용 지음 / 보림큐비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아버지는 겨울동안 구수한 쇠죽 덕에 살이 뽀얗게 오른 황소에 쟁기를 걸고 아직은 차가운 논바닥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심기 좋게 평평하고 곱게 써래질을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로 모내기를 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서 왔는데 개구리밥이 논에 가득하곤 했다.
꽃도 없고 그렇다고 씨앗이 달린 것도 아닌 그저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게 일인 작고 여린 연둣빛 개구리밥은 하루가 다르게 그 수를 불려 나갔다.
그러다 가을이 와 벼 베기를 하기 위해 논의 물을 뺄 때쯤이면 그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날이 따뜻해지면 동글동글 작은 겨울눈이 떠오르고 한쪽 귀퉁이에 어린잎이 돋는 다.
그 잎이 자라면서 실 같은 뿌리가 생기고 잎에는 또 다른 어린잎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부지런히 새잎을 만들었던 개구리밥은 둘로 갈라지고 개구리나 백로에 붙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기도 한다.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지만 수수께끼 같던 개구리밥의 생태를 부드러운 세밀화로 만나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의 봄날을 만나는 기분이다.

개구리밥이 성장하는 모습과 함께 조금씩 변화하는 연못의 사계절을 볼 수 있다.
또 연못에 사는 생이가래나 좀개구리밥 같은 물풀들은 물론 연못에 찾아오는 백로와 개구리를 포함 잠자리, 물장군 등의 수생곤충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부드러운 연두색의 연못풍경과 유아들도 이해하기 쉬운 글은 여타의 과학서적과 다른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너무 작아 하찮게 보였던 개구리밥이 봄이 되면 다시 둥둥 떠다니기 위해 겨울눈으로 차가운 물속에 가라앉아 있다 겨울을 난다는 사실이 새삼 위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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