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은 그의 소설을 읽지않았더라도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할 것이다.나 역시 에도가와 란포 상으로 먼저 알게 된 작가로 아서 코난 도일,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추리 소설 작가로 손꼽힌다고 한다.모두 16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벨벳코팅된 표지의 촉감만큼이나 특별하고 기이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소설집은 어느 사형수가 교도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쌍생아’로 시작하는데 강도 살인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가 쌍둥이 형을 살해하고 형의 행세를 했다는 여죄를 자백하는 사연이다.아픈 남편과 전쟁 중 부상으로 장애를 가진 남편에게 가하는 여성들의 공격성을 전면에 내세운 ‘오세이의 등장’과 ‘애벌레’는 공포를 넘어 불편함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 없다.죽는 순간 궤 속에 이름을 새겼던 남자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꿈틀거리며 우물을 찾아가는 남자의 고행이 처절하고도 기괴하다.인형을 사랑한 남자, 거울과 유리에 미친 남자, 그리고 쌍안경으로 찾은 이상형 여인에게 집착하는 남자, 아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던 남자의 선택은 그 집착과 욕망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나름 지식인이라 말하는 이들이 권태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아내 앞에서 ‘1인 2역’의 역할을 하고 ‘가면 무도회’에서 친구의 아내를 탐하기도 하는 이야기는 어른들의 매운 이야기이다.끝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춤추는 난쟁이‘는 읽는 내내 서커스 천막 안에 함께 있는 느낌이 들어 오스스하다.가난한 가장인 회전 목마 나팔수의 작은 일탈과 뜻밖의 횡재를 다룬 이야기 ’목마는 돌아간다‘는 우리나라 근대 소설 속 민초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기담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야기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내면에 누구나 있는 악의를 표출해 내며 공포를 안겨준다.100년의 세월을 건너온 이야기는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의 가졌던 공포와 불안을 극대화해 기괴하고 괴이한 기분이 들게 한다.읽고나면 썩 유쾌하거나 통쾌하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풍기는 분위기에 빠져 읽게 되는 기담집은 인간이 가진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만연하고 있으니 지금의 우리가 소설 속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없을 것이다.우리의 내면 어딘가에 그들이 숨기지 못하고 표출했던 욕망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기에 소설은 불편하고 불쾌하고 기괴하고 괴기스럽고 오싹하지만 재미있다.<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당첨되어 부커(책들의정원)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